건설·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5월 생산·투자가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동반 감소한 데 이어, 소비도 반등에 실패했다.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30조원 규모로 편성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하반기 경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월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 전산업 생산 2개월 연속 하락, ‘전방산업 부진’ 영향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지수는 112.5(2020=100)로 전월 대비 1.1% 하락했다. 지난 4월(-0.8%)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공공행정(0.8%) 부문에서만 생산이 늘었고, 건설업(-3.9%)·광공업(-2.9%)·서비스업(-0.1%)은 모두 줄어들었다.

특히 제조업 부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3.0% 감소하며 지난 1월(-3.1%)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10.4%)과 금속가공(-6.9%)에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 의약품 생산은 기업들이 단가가 낮은 제품 비중을 확대한 영향을 받았지만, 금속가공 생산은 건설업과 자동차 산업의 수요 둔화에 따라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금속가공은 자동차용 프레스제품, 육상금속구조물 등 수요 감소로 생산이 상당히 줄었다”며 “특히 자동차 부품은 지난달부터 시행된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생산과 수출 모두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해석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 산업 전체적으로는 관세보다 내수 부진의 영향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 4·5월 줄어들었지만, 이는 지난 1월 조지아 현지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 영향”이라며 “미국에서 현대 기아차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수출 감소는 ‘관세 영향’보다 ‘현지 조달 물량의 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투자·소비도 부진… 경기 회복 신호에 제동

경기 부진 흐름은 생산에 그치지 않았다. 먼저 설비투자가 4.7% 감소했다. 지난 3월(-0.5%), 4월(-0.5%)에 이어 2년 만에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이다.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0.1%) 부문에서는 투자가 늘었지만,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6.9%)에서 줄며 전체 흐름을 끌어내렸다.

건설기성은 건축(-4.6%)·토목(-2.0%)에서 모두 공사실적이 줄면서 3.9% 줄었고, 건설 수주도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소비는 반등에 실패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2%), 의복 등 준내구재(0.7%)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화장품 등 비내구재(-0.7%) 판매가 줄면서 보합에 머물렀다.

그러자 경기 회복 기대감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1p 내렸다.

최 과장은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5월 들어 감소 전환했다”며 “최근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있었지만, 국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장기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 정부 “추경 효과 기대”… 전문가 전망은 엇갈려

정부는 국회 통과를 앞둔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집행되기 시작하면, 관련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과장은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등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사업으로 추경 집행이 되면 소비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부진세가 이어지다가 2차 추경이 집행되기 시작하는 순간 회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2500조원인데, 민생회복소비쿠폰에는 13조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국소적으로 자영업자의 매출엔 도움이 있겠지만 경기 지표가 크게 개선될 거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