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전경./통계청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산하 외청(外廳)인 통계청의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통계청을 확대 개편하거나,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6일 국정기획위원회의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 따르면, 부처별로 분산돼있는 데이터 관리 주체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통계청을 기재부와 독립된 기구로 확대 개편해 국가통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개편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통계 기준설정과 인구조사 및 각종통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통계청 확대 개편 검토 배경은 인공지능(AI) 발달로 데이터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포괄적 통계 구축을 위해서다. 학계와 민간에서는 “정부는 과거 데이터 댐 사업을 하는 등 공공데이터 수집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로 AI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현재 공공 데이터를 관장하고, 다양한 행정 데이터를 입수해 가공한 뒤 정책 부처에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데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막혀 통계 연계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앞서 통계청이 포괄적 연금통계를 개발을 위해 국세청에 자료를 요구했으나, 국세청으로 자료를 받는 데까지 4~5년 가량이 소요된 경우도 있다. 당시 류근관 전 통계청장은 “환경변화는 빠른데 의미있는 통계 생산이 턱없이 느리다”고 지적하면서, 통계청 독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통계청이 승격되거나 독립할 경우, 부처별로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해 현황을 진단하거나, 관련 법률을 개정해 통계를 모으는 것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통계청은 기재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주도해서 통계청 법령을 개정해야 해 추진이 더디지만, 통계청이 별도 부처로 독립할 경우 법령 개정이나 자료 통합 등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통계청은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제는 AI나 빅데이터에 활용될 데이터를 만드는 데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통계청도 향후 AI·빅데이터 서비스나 모델을 구축할 것을 감안해 공공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통계청 확대 개편이 공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결핍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데이터를 합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고품질 통계가 구축돼, 데이터 베이스를 고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통계청이 민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암호화 처리 및 공유를 담당할 수 있는 부서도 신설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 독립은 ‘통계 제작 시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통계청이 정부 입맛에 맞게 통계를 만든다는 의혹을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명박 정부 때 새 지니계수를 개발하고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소득·주택·고용에 관한 통계를 조작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통계청은 독립기관으로 존재하거나, 통계청장이 긴 임기를 보장 받아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통계청을 독립기관으로 분류하고 있고, 프랑스도 법적으로 국립경제통계연구소를 독립기관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은 국무총리 소속이지만, 통계청장 임기가 10년3개월로 대통령 임기(7년)보다 길다. 독일 연방통계청장과 프랑스 국립경제통계연구소장 임기도 각각 6.6년, 8년이나 된다.

다만, 실제로 통계청이 확대개편되거나 기재부로부터 독립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에도 통계청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통계청을 승격하겠다는 논의가 나왔으나,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만 통과됐다. 통계청은 앞서 진행된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데다, 직원들의 국정기획위원회 파견도 늦게 이뤄진 편이라 새 정부에서 통계청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