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약 20조원의 추가 국채 발행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에선 국채금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시중금리의 연쇄 상승을 이끌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진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장의 금리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지표 외에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미국 관세 정책’이 금리의 상·하방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데다, 현재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 ‘이스라엘-이란 전쟁’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 미국 관세 완화에 따른 금리 전망… 전문가끼리 갈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 금리는 성장 및 물가와 관계가 깊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덩달아 뛴다. 특정 이벤트가 경제 성장과 물가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끌면 채권 금리 예측이 수월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두 가지가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결과는 복잡해진다. 미국과 영국의 무역 협상이 좋은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무역협정을 맺었는데, 그 결과는 기존에 보여줬던 강경한 태도와 달랐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관세율 27.5%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협상을 통해 10만대에 대해선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런 미국의 관세 완화는 경제 성장과 물가에 정반대 영향을 준다. 관세율이 낮아지면 수출이 정상화돼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금리 전망에 차이가 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가 기존보다 후퇴하면 경기둔화 조짐을 상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는 (채권) 금리가 오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에 경제 성장이 더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받을 영향이 중요하다고 봤다. 윤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인하는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해소책”이라며 “(미국이) 협상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낮추는 건 (채권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 상원까지 오르긴 했지만… 美 감세안, 소수 이탈표 나올 수도
채권 금리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은 미국의 재정적자다. 미국의 빚 문제가 부각되면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우리 국고채 금리가 전월에 비해 오른 이유 중 하나로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꼽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3조8000억달러(5252조원)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이 미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해당 감세안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개인 소득세율·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 소득공제·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감세 폭이 워낙 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시행되면 4조달러에 가까운 재정적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의 부채는 36조2000억달러(약 5경원)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 왔다”며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내렸다.
다만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이 조금만 이탈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은 부결된다. 현재 미국 상원 100석 중 53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다. 나머지 민주당이 47석이라 공화당에서 4표만 이탈해도 감세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 갈피 잡을 수 없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갈등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이란 전쟁도 변수다. 국제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서다. 유가가 뛰면 원자재 가격도 올라, 물가가 직격탄을 맞고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3% 뛰었다.
이번 전쟁은 시시각각 국면이 바뀌면서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양국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은 지 사흘째인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상호 공격을 중단하고 핵 협상을 재개하길 원한다는 뜻을 이스라엘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당일 7월 인도분 WTI는 전장 대비 1.66% 내렸다.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1.35% 하락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22일 미국이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오히려 확전되는 모양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반발해 국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결의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20~30%가 지나는 곳이라, 이곳이 막힐 위기에 유가는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날 오전 7월 인도분 WTI와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3%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해협 봉쇄안은 국회에서 의결됐을 뿐 현실화되진 않았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갖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대한 공습으로 통제 불능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