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하이브 등 엔터 5개사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했고, 공정위는 이를 수용해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표준계약서 도입과 계약 관리 시스템 정비, 상생기금 조성 등을 통해 엔터 업계의 불투명한 계약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24일 엔터 5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방안을 스스로 마련하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제조·용역 분야에서 동의의결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터 5사는 지난 2023년 7월부터 음반, 굿즈, 공연, 영상 콘텐츠 등을 중소업체에 위탁 제작하면서 계약서를 사전에 발급하지 않거나 지연 발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에 지난해 4~5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가 확정한 시정방안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표준계약서 및 가계약서 도입 ▲전자계약 체계 구축 ▲사내 계약 관리 시스템 개선 ▲하도급법 교육 강화 등을 추진한다. 제작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 먼저 가계약서를 체결한 뒤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상생협력기금도 마련된다. 각 사가 2억원씩 총 10억원을 출연해, 수급사업자의 촬영 장비 및 안전 장비 구매 등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공정위는 엔터 5사의 자진 시정방안이 위법 판단 시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 균형을 이루고 있고, 거래 질서 개선과 수급사업자 보호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시정방안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엔터 업계 전반의 계약 관행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엔터 업계는 계약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특성 때문에 사전 계약서 발급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며 “그 결과 중소 제작업체들은 항상 거래 불안정성과 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동의의결은 표준계약서와 가계약서 도입뿐 아니라 계약 체결·관리 시스템 개선, 임직원 교육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인 하도급 거래 질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상생하는 K-엔터 생태계 조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