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이재명 정부의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발표되면서, 앞서 편성된 1차 추경과의 차이점이 주목받고 있다. 1차 추경이 산불, 통상 환경 변화 등 긴급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추경은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이에 따라 AI, 수출기업 지원 등 기존 사업들도 방향이 일부 달라졌다.

◇ 2차 추경 지출 절반 이상 ‘소비’ 초점… 취약계층 지원도 늘어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 규모는 총 30조5000억원으로, 1차 추경안(12조2000억원)의 2.5배 수준이다. 이 중 세출은 20조2000억원, 세입 경정은 10조3000억원이다.

2차 추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지출의 절반 이상이 국민 소비여력 확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10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그 외에도 ▲지역사랑상품권(6000억원) ▲고효율 가전 환급(3000억원) ▲5대 할인쿠폰 780만장(1000억원) 등 소비 진작을 위한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반면, 1차 추경 당시에는 관련 지출이 2조원 수준에 그쳤다. 상생페이백 1조4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4000억원, 농수산물 소비 촉진 2000억원 등이 해당된다. 당시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1차 추경은 내수 진작 목적이 아닌, 산불·통상 대응, AI 경쟁력 강화, 민생 안정 등 긴급 현안 대응이 중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1차 추경보다 취약계층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1차 추경안에서는 관련 예산이 2000억원이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4000억원으로 증액됐다. 대표 사업은 ▲국가장학금(1000억원) ▲서민금융 지원(1000억원) 등이다. 2차 추경에서는 이를 7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중 4000억원은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에, 1000억원은 돌봄·의료지원 확대에, 또 다른 1000억원은 물가 안정에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 건설 경기 활성화는 1,2차 모두 2조원 대… 건설 경기 회복 앞당길까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예산은 1차 추경 2조5000억원, 2차 추경 2조7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1차에서는 ▲재해복구 1조1000억원 ▲철도·도로 사업 6000억원 ▲주택공급 7000억원 등에 중점을 뒀다. 싱크홀, 산불, 무안공항 사고 등 사고 대응 성격의 사업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활주로 이탈 방지 장치 설치, 하수관로 보수, 싱크홀 탐사구간 확대 등이 포함됐다.

2차 추경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8000억원 ▲철도·항만 사업 1조4000억원 ▲국·공립 시설 개보수 5000억원 등이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택-오송 고속철도, 호남 고속철도, 대전 지하철 2호선 등 추진력을 얻은 공사들이 주로 포함됐다. 선제적으로 홍수, 태풍 등을 막기 위한 여름철 재해 예방 사업도 포함됐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과거 추경보다는 SOC 사업 예산이 많이 늘어난 편으로, 분위기가 침체돼있는 건설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건설경기 반등과 함께 GDP 성장률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 인프라→활성화, 수출기업 금융 지원→홍보 지원으로

AI와 수출 기업 지원은 1·2차 추경에서 중점 분야로 꼽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1차 추경은 AI 인프라 구축, 특히 GPU 확보에 집중했다면, 2차 추경은 ▲바이오·문화·공공 분야 AI 전환 ▲산업AI 솔루션 실증사업 ▲의약품 자율제조 시스템 개발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1차는 AI 인프라 조성, 2차는 AI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뒀다”며 “GPU 구매 비용이 크기 때문에 1차 추경(1조8000억원)보다 2차 추경(2000억원)의 규모는 줄었다”고 밝혔다.

수출 기업 지원에서도 1, 2차 추경의 사업 내용이 달랐다. 1차 추경 때에는 관세 피해·수출 기업 금융 지원, 대출, 보증보험, 펀드 등에 1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수출 바우처도 8058개사에 지급하고, 핵심 광물 조기비축에도 2000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2차 추경에서는 대체 시장 발굴 지원, 한류 박람회 등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1차 추경 때 증액한 수출 바우처 지급, 금융 자금이 충분했다고 판단해서다. 정부는 뷰티·식품·생활용품·굿즈 등 K-컬쳐 소비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4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11월 ‘뉴욕 한류 박람회’ 참여 기업을 확대하는 한편, 다른 국가에서 한류 박람회를 추가로 개최한다. 해외 바이어 초청 확대, 무역사절단 파견 횟수 확대에도 2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2차 추경엔 태양광·벤처 사업도 포함… 예비비는 빠졌다

2차 추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태양광 에너지 보급 확대 ▲벤처 투자 확대도 포함됐다. 태양광의 경우 자가소비용 발전설비 설치 시 비용의 40%를 지원하고, 설치 비용의 최대 80%까지 저리 융자(1.75%)를 제공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일환이다. 벤처 분야에서는 모태펀드에 5850억원을 출자해 1조1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초기 창업기업 대상 정책자금 2000억원도 추가 공급한다.

한편, 1차 추경 때는 예비비가 1조4000억원 증액됐지만, 2차 추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차 추경에서 일반 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증액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추진될 경우, 여름철 홍수, 태풍 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생기는 추가 지출은 1차 추경으로 증액된 예비비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