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고용 지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5월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명 가까이 늘었고,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는 성장한다’는 경제학계 통설과 맞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취업자 수가 증가한 산업군이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분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70.5%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p)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1월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다.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만5000명 증가했다. 취업자수 증가 폭은 2024년 4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컸다. 5월 실업자 수는 85만3000명으로, 3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자는 늘고, 실업자는 감소하는 고용 흐름은 초저성장이 예견된 경제 상황과 상반된다. 성장률과 고용률은 상호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고용이 증가하면 가계 근로 소득이 늘어 내수 소비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 증가는 기업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고용 증가가 경기 상승을 유도하는 선순환적 구조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은 이런 긍정적 전망과 거리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직전 전망치)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반토막을 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작금의 한국의 고용 지표와 경제성장률의 간극은 산업별 경제기여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산업마다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른데, 기여도가 낮은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늘면서 ‘성장 없는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산업별 경제기여도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임금 수준이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저임금 일자리는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 기여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군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23만3000명이 늘었다. 보건업엔 병원·의원·요양병원이, 사회복지서비스엔 돌봄·보호시설·어린이집이 포함된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평균 임금은 325만3000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413만6000원)의 78.7%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고용 지표와 성장률간 괴리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467만8000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보다 높다. 내수와 직결된 건설업 취업자 수도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령층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도 경제성장률과 고용률의 괴리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근로 시간이 짧고, 시간당 임금 수준이 낮은 노인 근로자가 많아진 것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인구는 전년 5월 대비 50만5000명이 늘었고, 이들 집단 내 취업자 수는 37만명 증가했다. 반면 20대(-12만4000명), 50대(-6만8000명), 40대(-3만9000명)에선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장 과장은 “베이비 부머가 50대 후반에서 60대로 접어들었다”며 “인구가 많은 집단에 소속된 분들이 (취업 시장에) 잔류하면서 고용률은 지표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