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가 5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흑자 규모는 4월 기준 역대 세 번째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 폭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통상 4월에 실적이 악화됐던 본원소득수지가 이번에는 소폭 적자에 그친 점도 경상흑자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향후 경상수지 흐름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과 자동차 등 분야를 중심으로 관세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건설·제조업 업황 부진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부터 관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4월 경상수지 57억弗 흑자… 4월 기준 역대 3위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5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4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서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 2020년 5월~2022년 7월(27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긴 흑자 기록이다. 흑자 폭은 4월 기준으로 2015년(72억2000만달러), 2014년(68억80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89억9000만달러로 집계되면서 전월(84억9000만달러)보다 5억달러 확대됐다. 1년 전(52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7억5000만달러 많다. 상품수지는 2023년 4월(+6억6000만달러)부터 25개월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었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58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2.2%)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다. 반도체 수출(통관 기준)이 1년 전보다 16.9% 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고, 의약품(+22.3%), 철강제품(+8.1%), 무선통신기기(+6.3%) 등 품목 수출도 증가했다. 반면 4월 수입은 1년 전보다 5.1% 줄어든 49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본재(+8.7%)는 증가했지만 원자재(-10.4%)와 소비재(-2.1%)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본원소득수지가 예년보다 개선된 점도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을 줬다. 4월 본원소득수지는 1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통상 4월에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본원소득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1년 전(-19억3000만달러)과 비교하면 대폭 축소됐다. 다만 배당금 지급 효과가 없었던 3월(+32억3000만달러)보다는 실적이 악화됐다.
서비스수지는 28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월(-22억1000만달러)보다 확대됐다. 봄철 외국인의 국내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여행수지 적자 폭은 축소(-7억2000만달러→-5억달러)됐지만 일시적으로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서비스 지급이 크게 늘면서 기타사업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11억달러→-15억1000만달러)된 영향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4월 경상수지는 예년 4월에 비해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면서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 한은 “美 관세효과,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
한은은 미국의 관세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 부장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 관세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하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철강의 경우 계약으로부터 수출까지 3~4개월 시차가 있어 3분기부터 관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역별로 보면 미국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4월 수출은 동남아(+8.6%)와 유럽연합(EU, +18.4%) 등에서 증가했지만 미국(-6.8%)과 일본(-5.3%)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미국 수출의 경우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8.1%로 확대됐으며, 미국이 3월부터 25% 관세를 매긴 철강은 20.6% 줄었다.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송 부장은 “불황형 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현재 수입 감소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로, 이 효과를 제외하면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황형 흑자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상반기에는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전망치인 378억달러 흑자는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으로 4월 적자를 기록한 본원소득수지도 5월부터는 계절적 요인이 제거되면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봤다. 1~4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9억6000만달러로, 상반기 목표치의 66%에 달한다.
송 부장은 “5월 무역수지 개선에 따라 상품수지가 흑자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가 하락으로 상품 수입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순대외 금융자산이 계속 증가하면서 대외 배당 수입이 증가하고 이자 수입도 늘어 5월에는 본원소득수지도 흑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