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p) 내린 2.3%로 제시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금융 변동성이 커졌다며 반년 만에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WB의 예측이 현실화되면 세계 성장률은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다.

세계은행

WB는 10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WB는 1월과 6월, 매년 2번 시장환율 기준을 활용한 자체분석기법으로 성장률을 도출한다. 이때 한국의 경제 전망은 별도로 포함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WB는 세계 경제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1월(2.7%)보다 암울한 전망으로, 실제화되면 금융위기인 2008년 이래 최저치다. 내년 성장률 역시 1월보다 0.3% 낮춘 2.4%를 제시했다. WB는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무역 긴장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 금융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은 1월 전망보다 0.5%p 하락한 1.2%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이 2.3%에서 1.4%로 대폭 조정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1.6%로 낮아졌다. 관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내외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무역 개방도가 높은 유로존 역시 무역 장벽의 영향으로 1월 전망보다 0.3% 낮은 0.7%로 전망됐다.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월 1.2%에서 이달 0.8%로 줄었다.

일본은 자동차 공장 재가동과 소비 회복세로 지난해(0.2%)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역시 관세 여파로 성장률 전망은 1월 1.2%에서 이번에 0.7%로 하락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1월 0.9%에서 이달 0.8%로 내려갔다.

신흥·개도국의 올해 성장률도 1월보다 0.3% 떨어진 3.8%로 전망됐다. 내년 성장률은 이 기간 0.2% 하락한 3.8%다.

중국은 무역 장벽 등의 영향을 확대 재정으로 상쇄해 1월 전망치인 4.5%를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월 전망치인 3.9%를 유지했다.

하지만 인도·남아시아권은 1월에 비해 0.4%p 떨어진 5.8%다. 내년 수치 역시 같은 기간 0.2% 떨어진 6.7%다.

러시아는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한 소비 축소로 1월 1.6%에서 이달 1.4%로 성장률 전망이 하락했다. 다만 러시아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월 예상보다 0.1%p 오른 1.2%다.

WB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하방 요인의 영향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하방 요인으로는 ▲관세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 ▲보복 관세 등 무역 긴장의 심화 ▲주요국 저성장 ▲자연재해 및 분쟁 발생 등을 꼽았다.

WB는 미국이 평균 관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철회하면 올해 세계경제는 0.1%p 오를 것이라고 봤다. 반대로 미국이 평균 관세율을 10%p 올리고 무역 상대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유지하면 올해 성장률이 0.5%p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WB는 정책 과제로 무역 긴장 해소, 신흥·개도국 지원 확대, 기후 변화를 제시했다. 무역 장벽 완화를 위해 대화·협력을 통한 장기 성장을 촉진하라고 권고했다. 또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확대해 해외직접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후 재난에 적극 대응해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