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달 ‘경기 둔화’ 표현을 추가한 데 이어 이달에는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라고 평가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올해 1~4월에는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으며, 지난달에는 “한국의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 수위를 높였다. 이달에는 ‘경기 부진 지속’을 강조했다. 정규철 KDI 실장은 “경기가 특별히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활력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DI는 특히 건설투자 부진에 주목했다. KDI는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생산 증가세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약화됐다”고 했다.

실제로 4월 전산업생산은 건설업 부진과 서비스업 둔화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은 전월대비 20.5% 감소하는 등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4월 설비 투자는 전월 대비 8.4% 증가하는 등 반도체 관련 투자와 운송 장비의 높은 증가세에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일반산업용기계(-5.8%), 전기및전자기기(-0.7%), 기타기기(-3.5%) 등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류 투자는 전월 대비 감소했다. 같은달 건설기성도 전월대비 20.5% 감소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KDI는 미국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고,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1%에 그쳤다. KDI는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에서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 증가세도 제한적이다. 4월 취업자 수는 건설업과 제조업 부진으로 19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특히 공공행정 및 보건복지 서비스업의 65세 이상 임시근로자를 제외한 고용은 4만1000명 증가세에 그친 수준이었다.

다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8로,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됐던 소비 심리 위축이 완화된 모습이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면서 향후 소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