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역(逆)성장할 확률이 10년 전에 비해 3배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 성장률이 낮아지고 대외 충격엔 취약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성장 동력 확충과 고령화 대응 등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10일 한국은행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에서 우리나라가 역성장할 확률이 2014년 평균 4.6%에서 지난해 13.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을 배제하고 직전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산출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0년대의 경우 역성장이 한 차례(2017년 4분기) 발생했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외에도 다양한 대내외 충격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역성장이 발생했다.
한은은 “역성장이 늘어난 것은 경기적 요인과 함께 국내 성장잠재력 저하,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 등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면서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키우고 경기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잠재 국내총생산(GDP)이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잠재 GDP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에서 최근 2% 수준으로 급락했다. 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산업경쟁력 저하, 높은 대외의존도 등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사례를 보면 평균 성장률이 낮을수록 역성장 빈도가 높아진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등 분기 성장률이 0.5~0.6%(연율 2% 내외) 이상인 국가는 역성장 빈도가 안정적이지만, 일본처럼 분기 성장률이 0.2~0.3%(연율 1% 내외)로 낮아진 국가는 역성장 빈도가 확대됐다.
한은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과 함께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성장동력 확충, 저출생·고령화 대응 노력 등을 강화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대외충격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