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남 진도군 회동항에서 무리하게 김 채취 조업을 한 양식장 관리선들. /뉴스1

해양수산부가 올해 김 양식장 신규 면허 인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김 수출이 크게 늘며 신규 양식장을 허가할 필요성이 있지만, 전년 대비 양식장 신청 면적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9일 해양수산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김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라남도에서도 올해 신규 면허 신청 면적이 급감했다. 전라남도의 올해 김 양식장 신규 면허 신청 면적은 4600ha(헥타르)로, 지난해 신청 면적이 1만8900ha의 24%에 그쳤다. 외해 김 양식장 신규 면허 신청 면적은 800ha에 그쳤다.

이 같은 감소 추세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충청남도, 전라북도의 김 양식장 신규 면허 신청 면적도 다소 줄었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김 양식장 신규 면허를 달라고 470ha를 신청했으나, 올해는 350ha만 신청했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470ha를 신청했으나, 올해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인천은 올해 신규 면허를 신청했고,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신규 면허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수급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양식장 확대를 추진했던 해수부도 고민에 빠졌다. 해수부는 지난해 신규 양식장으로 2700ha 규모를 허가한 바 있으며, 올해도 추가 허가를 검토중이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도 김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서 정부 차원에서 김 양식장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생각만큼 신청이 많지 않았다”며 “수출량이 늘고 있어서 내수 김 가격이 더 오를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김 수출액은 2억8138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20~30% 상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월 물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0%이상 하락했다. /KMI

그러나 어민들의 입장은 해수부와는 다르다. 어민들의 김 양식장 신청이 줄어든 건 올해 김 작황 호조로 가격이 큰 변동성을 보인 탓이라고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관측센터에 따르면, 2025년 누적 김 생산량은 2억153만 속으로, 전년 대비 34.6%, 평년 대비 37.7% 증가했다. 모든 지역에서 생산량이 늘었으며, 주산지인 전남 지역은 전년 동월 대비 두 배가 넘는 2822만 속을 기록했다.

생산 증가로 인해 물김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3월 물김 위판 가격은 1kg당 148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떨어졌다. 4월에는 1078원으로 하락해, 전년도 4월(2362원)보다 54.3%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물김 생산은 늘었음에도 마른김 생산시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유통업자들의 가격 조정으로 마른김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김 양식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양식 면적이 다소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익을 노리고 불법 김 양식장까지 생겨났다”며 “작황 호조, 물김 폐기, 위판 가격 하락 등이 겹쳐 어민들 불만이 커졌고 신규 양식장 신청 감소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일부 지역에서는 김 가격을 지키기 위해 어민들끼리 신규 양식장 신청을 하지 말라고 독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수급 상황 뿐 아니라, 어민들의 입장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지자체에서 취합한 신청 내역을 토대로 지역별 상황과 수급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6월 중 신규 면허 발급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담당 해수부 공무원은 “수급 상황과 가격, 어민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