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사옥 전경. /중흥건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2세 소유 회사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중흥건설에 대해 과징금 1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아파트 등 부동산 건설·분양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로, ‘중흥S-클래스’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9일 공정위 지정 기업집단 ‘중흥건설’(이하 중흥그룹) 소속 중흥건설이, 총수 2세 정원주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과 그 계열 6개사가 시행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 총 24건,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징금과 함께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신용보강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진행된 것으로, 중흥건설은 시공지분도 없이 12개 개발사업에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 형태로 무상 보증을 제공했다. 중흥건설은 이들 사업에서 공사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고, 신용보강에 대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대출이 어려웠던 중흥토건 등 계열사들이 무상 보증을 통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주택건설업 및 산업단지 개발업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훼손됐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중흥토건 등은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총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개발사업을 추진했으며, 2023년 말 기준 6조6780억원의 매출과 1조731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이번 지원 행위가 그룹 내 지배구조를 총수 2세 중심으로 재편하는 경영권 승계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정원주는 2007년 중흥토건의 전신인 동일건설을 약 12억원에 인수했으며, 중흥그룹은 이후 중흥건설 중심의 체제를 중흥토건 중심으로 전환해왔다. 중흥토건은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2023년 지주회사 전환까지 마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행위로 제재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부동산 개발업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익편취행위 및 부당지원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