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사는 9살 마일즈 카리우키(사진 오른쪽 상단 두번째)가 5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영상편지를 보냈다./문수빈 기자

“플라스틱 때문에 우리가 먹을 물고기가 없어요”

5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케냐에 사는 9살 마일즈 카리우키는 이 같은 영상편지를 보내왔다. 마일즈 카리우키는 주변 바다와 강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계 환경의 날 행사는 매년 6월 5일 열리는데, 올해 개최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선정됐다. 이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건 1997년에 이어 28년 만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엔 19개국 정부 대표단과 국제연합(UN) 산하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세계자연보전연맹·세계교통포럼 등 국제 기구 관계자,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사진 하단 가운데)이 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퍼포먼스 하고 있다./환경부

전 세계인의 공동 문제인 플라스틱 오염을 모두의 노력으로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의 초대장은 조개껍질을 재활용했다. 쓰레기통 역시 종이 재질로 일회용품 없이 운영됐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며 “편리함을 벗어 던지고 다 함께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고 촉구했다.

쓰레기 줍는 유튜브 콘텐츠 ‘나의 쓰레기 아저씨’에 출연하는 배우 김석훈도 “시민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작은 변화라도 함께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플라스틱 특화 국제협력사업 ‘순환경제 실천 이니셔티브(ACE: Action for Circular Economy initiative)를 발표했다. ACE는 단순 지원 위주의 국제 협력 체계를 탈피해 맞춤형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4년간 1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은해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원인 제공자”라며 “그래서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콘크리트 타일 제조업체 웨스텍 글로벌이 5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플라스틱 블록(사진 왼쪽)을 전시했다. 사진 오른쪽은 시멘트로 만든 일반 옹벽블록이다./문수빈 기자

행사장 한편에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업들의 부스가 운영됐다. 플라스틱 블록 제조업체 웨스텍 글로벌은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플라스틱 블록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쓸 만한 용기를 걸러내고, 또 세척하는 등 여러 과정이 수반되는데, 플라스틱 블록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한 데에 녹여 일정한 형태로 성형된다.

이렇게 탄생한 벽돌은 3~6kg으로 제방, 방파제 등을 건설할 때 사용된다. 최아연 웨스텍 글로벌 대표는 “플라스틱 블록이 하나하나 결합해 구조물을 이뤄 굉장히 튼튼하다”며 “하천이나 해안 사면에 설치해 침식을 예방할 수 있고, 한국에선 3000군데 이상 시공됐다”고 설명했다.

5일 아웃도어 회사 블랙야크가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전시했다./문수빈 기자

아웃도어 회사 블랙야크는 투명 페트병을 실로 만들어 옷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투명 페트병을 수거한 뒤 잘게 자른 후 하얀색이 될 때까지 압축해 실 형태로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고어텍스 외투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재활용 페트병을 수거하고 세척하는 과정 때문에 이런 상품은 일반 옷보다 원가가 20%가량 비싸다”며 “다만 (친환경의 의미를 위해) 소비자에게 전가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병화 환경부차관이 5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을 계기로 열린 ‘순환경제 실천을 위한 장관급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여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환경부

같은 날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장관급 원탁회의에선 세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엔 11개국 주요 협력국의 고위 대표단과 주한 대사 11명이 참석했다.

분캄 보라찟 라오스 천연자원 환경부 장관은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협력사업으로 추진된 폐기물 처리 역량 강화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로베르토 미토 알비노 모잠비크 농업환경수산부 장관은 지난 2009년부터 한국 환경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위생매립지 조성사업을 설명했다. 그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와 지식 공유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뉴스1

전날 열린 ‘미래세대 환경토론회(포럼)’에서는 한화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이 청년들과 환경 정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제주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청년 참가자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여전히 청년의 목소리가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청소년은 단순한 청중이 아니라 정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주체”라며 “참여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답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계속 질문하고 발언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