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진행한 대선 후보 최종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을 살리는지, 추경과 주식시장 정상화를 통해 확실히 체감하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론 미국발 통상 환경 악화, 대내적으론 내수 소비가 꽉 막힌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재노믹스’(이재명식 경제학)의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집권하면 30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언급했다. 나라 재정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인 규모는 조정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민주당내에서는 대체로 이정도 추경이 될 것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은 경기 둔화 속 재정 역할 확대를 요구하며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정부와 국회가 협의해 13조8000억원 규모의 2025년 1차 추경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올해 초 제시한 추경 규모에서 이를 감하면 21조원 이상이 남는다. 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가진 10대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통과된 약 13조원 규모의 추경을 가지고는 최소한의 경기 방어도 안 된다”면서 “20조원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산불 대응’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선 새로 30조원 이상의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추경의 핵심 사업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노믹스의 핵심 사업인 ‘지역화폐’는 대선 기간 ‘호텔 경제학’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진 지역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이 자금이 돌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1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지역화폐 예산으로 4000억원을 배정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당시 편성된 지역화폐 예산은 지방정부의 발행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조성됐다.

이 대통령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제안한 ‘전국민지원금’을 국민 1인당 20만~25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여기에만 10조~1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지방정부 재정보강 2조6000억원 ▲고교무상교육(9000억원) 및 5세 무상보육(3000억원) 1조2000억원 ▲전기차 지원확대 등 기후위기 대응 1조원 ▲전력망 확충 및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RE100 대응 8000억원 등도 연초 민주당이 제안한 추경안에 담겼던 만큼 2차 추경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소비 확대를 위한 관광·문화·농수산물 소비 바우처와 소상공인 지원 예산도 포함될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문제는 재원이다. 추경 재원을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는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국가채무는 1280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8.4%에 달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현재 한국의 재정 상황이 괜찮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선 기간 유세에서 “나랏빚이 1000조 원으로 늘었다는 등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가부채(채무)가 50%가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은 다 110%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 급증한 국가채무로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며 ‘재정 악화의 덫’에 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도 재정건전성 위기 신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란체스코 비앙키(Francesco Bianchi)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일 서울에서 열린 ‘BOK국제컨퍼런스’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국민 전체에 피해를 주고, 지출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정부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는 숫자로만 볼 게 아니라 기축통화국 여부, 고령화 속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며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채무 증가와 고령화의 속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