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부과 등 기후 전환정책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성장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르코 델 네그로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경제분석 자문위원 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녹색 전환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라는 주제의 논문을 소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정책 이슈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그로 위원은 탄소집약 산업과 나머지 산업 간의 가격 경직성 차이와 산업 간의 상호의존 관계를 고려해 기후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선행연구에서 녹색 전환이 인플레이션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끼친다고 주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네그로 위원은 “탄소집약적 산업의 가격 경직성이 낮은 경우, 탄소세 부과 시 중앙은행이 잠재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할 수 있다”면서 “반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직성이 높은 그 외 산업부문의 가격 상승을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네그로 위원은 미국이 약 8년(100개월)간 탄소세를 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점짐적으로 올리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고자 할 때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추정했다. 그 결과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약 10년간 목표 인플레이션율보다 0.5~1%포인트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네그로 위원은 “탄소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이유는 탄소집약적 산업의 가격 경직성이 작고, 에너지 산업이 미국의 산업 체계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녹색 전환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녹색 전환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하락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는 녹색 전환이 유발하는 물가안정과 잠재성장률 달성 사이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