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미국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올해 하반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2일 한국은행 중구 별관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BOK국제컨퍼런스’ 오프닝 세션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지속성,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먼저 미국의 관세 흐름과 관련해 고관세와 저관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이에 따른 물가와 고용·생산 추이를 추정했다. 고관세 시나리오는 상품 수입에 대해 평균 25%의 무역가중 관세율이 적용되는 상황, 저관세 시나리오는 평균 10%의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고관세 시나리오에서는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이 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모든 관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이며, 기업이 일부를 흡수한다면 4% 수준에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5%로 상승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저관세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3%까지 상승했다가 점차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과 생산 증가율은 둔화되지만, 고관세 시나리오처럼 실업률이 5%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월러 이사는 “무역 협상의 진전을 고려할 때 현재 기본 시나리오는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면서 “최근 법원의 관세 불법 판결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재 미국 상품 수입에 대한 평균 무역가중 관세율을 약 15%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가정을 토대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월러 이사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관세는 한 번 가격을 올리지만, 그 이후 가격이 계속 오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배경으로 노동 공급 충격과 공급망 차질의 장기화, 확장적 재정정책 등 세 가지 요인을 꼽으면서 “지금은 이 세 가지 요인 중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는 또 “통화정책 역시 매우 다른 상황”이라면서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2조 달러 이상 축소했고, 정책금리도 4%를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월러 이사는 나아가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가 예상하는 6~10년후 기대 인플레이션의 중앙값이 2.2%였다고 언급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잘 고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단기적인 관세 효과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관세율이 저관세 시나리오에 가까운 수준에서 유지되고, 기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수렴하며 노동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신호에 기반한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