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뉴스1

미국의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이 동반 부진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 3개월 만에 다시 ‘트리플 마이너스’가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관세 영향이 수출과 투자 흐름에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지수는 113.5(2020=100)로 전월보다 0.8% 하락했다. 1월(-1.6%)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생산은 광공업(-0.9%)을 포함해 건설업(-0.7%), 공공행정(-6.3%) 등 전 부문에서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금융·보험(-1.2%), 전문·과학·기술(-3.6%) 등에서 부진하며 0.1% 줄었다.

생산 감소에는 주력 산업인 제조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이 중 자동차 생산은 4.2% 줄어, 전월(3.3% 증가)과 대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자동차의 경우 미국 현지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이 3월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고, 관세 효과가 혼재하면서 친환경 차나 특수목적용 완성차 중심으로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도 2.9% 줄었다. 지난 3월 13.3% 증가하며 ‘반짝 반등’한 이후 한 달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제품 생산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대중국 수출 통제 및 관세 이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심의관은 “반도체는 지난달에 생산이 역대 최고를 기록해 이번 달은 기저 효과가 있었다”며 고 설명했다.

소비는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4%), 의복·가방 등 준내구재(-2.0%), 음식료·의약품 등 비내구재(-0.3%) 판매가 모두 줄면서 3월(-1.0%)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0.4% 감소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9.9%) 부문에서는 투자가 늘었지만,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4.5%)에서 줄며 전체 흐름을 끌어내렸다. 건설기성은 건축 부문 위축으로 0.7% 줄었고, 전월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건설 수주도 전년 동월 대비 17.5% 줄며 1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통계청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관세와 통상 불확실성 등이 기업 심리에 영향을 주면서 설비투자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소비자 심리지표 개선은 5월부터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세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회복 흐름이 실제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전월보다 8.0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10월(+12.3포인트)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보다 2.8포인트 오른 90.7을 기록했다.

조 과장은 “소비는 고물가·고금리 여건이 점차 완화되며 회복 기반이 마련되고 있고, 최근의 심리 반등 흐름이 실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4월까지 흐름은 관세·수출 여건 등 외생 변수로 여전히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 관세 정책이 향후 수출·투자 흐름에 미칠 충격을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약 340억달러(약 46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유럽 볼보, 미국 월마트·유나이티드항공 등은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하거나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일본 니케이225 상장사 중 관세를 언급한 기업 수는 한 분기 만에 12곳에서 58곳으로 급증했다. 한국 역시 반도체·자동차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감안하면, 하반기 관세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 대응과 내수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위한 추경예산(13조8000억원) 신속 집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 대응과 내수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에는 관세 부과에 따른 기업 피해 최소화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위한 항목이 포함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경제 심리 회복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건설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내수 부진 요인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