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모습. /뉴스1

올해 1분기 저소득 취약계층의 가계수지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4·5분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이 5% 이상 늘었지만 소비 지출은 소폭 늘거나 오히려 줄였다. 고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 정책인 ‘전국민지원금’보단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가계지출액은 157만8000원으로 4.2% 증가했다. 가계 지출 중 소비지출은 135만8000원, 비소비지출은 21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지출은 3.6%, 비소비지출은 8.3% 증가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92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수지는 43만8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7%나 적자 규모가 커졌다. 적자율은 47.6%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2%p가 올랐다. 1분위 가구의 생계 상황이 상당히 혹독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고소득층의 생계 여건은 예전보다 개선됐다. 4분위의 소득은 65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고, 5분위 소득은 1188만4000원으로 5.6% 늘었다.

소득 증가폭에 비해 가계 지출 증가폭은 작았다. 4분위의 지출은 1.3%, 5분위의 지출은 2.8% 느는데 그쳤다. 특히 소비지출은 5분위는 2.1% 늘었고, 4분위는 되려 0.7% 감소했다.

4분위 가구의 가계수지 흑자액은 16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나 늘었고, 5분위 가구의 흑자액은 397만6000원으로 11.4%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4분위는 4.4%p, 5분위는 2.1%p 하락했다. 돈이 생겼어도, 지출을 그만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분위별 소득·지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 지급 방식의 경제정책 보다는 취약계층을 겨냥한 선별적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로 전국민지원금을 뿌릴 경우, 시장의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향후 저소득 취약계층의 물가 부담을 더욱 안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줄었지만, 지출은 늘었다. 지출이 늘어난 건 물가가 뛰었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올라도 먹고살기 위한 식료품 지출은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어 “심화하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을 감안하면, 보편적 지원보다는 취약계층을 겨냥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경우, 시장 금리가 상승해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위의 소득 지표가 마이너스가 났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가계동향조사의 1분위 구성 변화도 눈에 띈다. 고령층 비율이 감소했고, 사업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나 무직자의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계층을 타겟팅한 정책 사업에 대한 추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취약청년과 노인, 장애인 등의 고용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민간부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의 고용·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