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내린 연 2.50%로 결정했다. 직전 금통위인 4월엔 원·달러 환율이 널뛰고 있다며 동결했는데,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인하’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0%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후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다.
대내외 상황이 안정된 건 아니지만 경기 부양을 미룰 수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다”면서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췄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해외 투자은행(IB)에 이어 한은도 0%대 성장률을 공식화한 것이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1분기 역성장에 이어 4월에도 부진한 흐름”이라며 “수출은 미국 관세 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7%로 내렸다.
다음은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 수준에서 2.50%로 하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글로벌 무역갈등이 일부 완화되었지만 높은 관세율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며 물가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간 크게 확대되었던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하였으나,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속 및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였고 달러화 지수는 소폭 상승하였다가 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지연과 수출 둔화로 1/4분기 역성장에 이어 4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였다. 고용은 전체 취업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내수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년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5%)를 큰 폭 하회하는 0.8%로 전망된다. 향후 성장 경로에는 무역 협상 전개 상황, 정부 경기부양책,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물가는 4월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각각 2.1%를 나타내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중 2.6%로 전월(2.8%)보다 하락하였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가공식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 등의 상방 압력을 국제유가 하락, 낮은 수요압력 등이 상쇄하면서 2% 내외의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에 부합하는 1.9%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1.8%)를 소폭 상회하는 1.9%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 경로는 국내외 경기 흐름,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 변수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등 대외 요인에 주로 영향받아 등락하였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무역 갈등 완화, 아시아 통화 강세 등으로 하락하였고, 장기 국고채 금리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하였으나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주가는 기업 실적 우려 완화 등으로 상승하였다. 주택 가격은 서울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여타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지속되었으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 2~3월 중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금년 중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금융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가능성과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