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미국 연방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직전 ‘이번 금리 결정에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을 일부라도 반영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효과를)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AP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세금 부과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 16층에서 시작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시작 1분 전인 8시 59분에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검은색과 분홍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의장석에 앉은 뒤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후 그는 오늘부터 시작된 사전투표를 의식하듯 취재진을 향해 “시간내서 투표하러 가세요”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국내 정국 불안과 트럼프 관세 리스크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는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날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이 발표되는 점도 인하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5%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대내 여건 악화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진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이 1%대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구조적인 성장 리스크도 확대된 만큼, 경기 방어를 위한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더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