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닭고기·초콜릿·커피까지 식탁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수급 차질과 원가 부담, 정권 교체기를 앞둔 가격 조정 심리가 맞물리며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부 품목에 대해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고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가격 상승 흐름을 되돌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계란 특란 한 판(30구) 소매가격은 평균 7052원으로 전년(6488원)과 평년(6789원) 대비 각각 8.7%, 3.9%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생필품인 달걀은 이미 ‘에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질병으로 인해 계란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다수의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닭전염성기관지염(IB) 등 질병이 발생해 산란율이 저하됐다는 것이 농경연의 진단이다. 출하되는 계란 중 특란과 대란 출현율이 낮아져 품질 좋은 계란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닭고기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최근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이 여파로 국내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육계 농가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2분기 육계 입식 마릿수는 전년보다 1.6% 감소한 1억9100만마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육계 공급 감소에 따라 2분기 대형 육계의 생계유통(산닭 형태로 거래) 가격(kg)은 작년 같은 기간(1618원)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육계 가격이 오르는데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도 막히면 치킨 원가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세다. 다음 달부터 페레로로쉐·킨더 등 초콜릿 제품 가격이 최대 19.8% 오르고, 매일유업은 지난달 컵커피·치즈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동서식품은 이달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7.7% 추가 인상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고환율, 제조원가 상승 등 구조적인 부담이 누적됐다는 설명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물가 개입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겹치면서 ‘정권 교체기 인상 막차’에 올라탄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물가 안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이 서둘러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급 불안을 완화하고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병행 중이다. 돼지고기 1만톤과 계란 가공품 4000톤에 0%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대형마트 삼겹살 할인 행사에는 축산자조금이 투입됐다. 할당관세 품목은 13개에서 21개로 확대됐고, 중소기업에는 원재료 구매 자금 4500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인건비, 임차료, 배달앱 수수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자 체감 부담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공공배달앱 확대와 할인쿠폰 제공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2만원 이상 3회 주문 시 1만원을 환급하는 쿠폰 제도가 시행되며, 추경 예산 650억원이 투입된다.
이처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가격이 인상된 일부 품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일부 제과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고, 농식품부는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나 검역·관세 지원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며 “국내외 원가 상승 요인이 맞물리는 구조에서 가격 인상이 과도한 수준인지, 불가피한 흐름인지 정책적으로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농축수산물은 기후와 생산 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외 수급 구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공급 안정과 더불어 경기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가격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