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개인투자용 국채가 만기별로 시장에서의 인기가 양극화되자 기획재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5년 미만의 상대적 단기물은 잘 팔리는 반면, 10년 이상의 장기물은 소화되지 않아서다. 이 탓에 매달 미달난 장기물 수백억원어치를 만기 5년으로 바꿔서 청약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이에 기재부는 10년·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의 시장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26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1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는 판매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인 지난해 9월부터, 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는 처음 팔리기 시작했던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기재부가 만기별로 발행을 계획했던 규모보다 개인 투자자가 청약한 물량이 더 적었다는 뜻으로, 정부의 생각만큼 시장 반응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물)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개선책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앞선 올해 3월에도 기재부는 개인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채를 다양화한 바 있다. 5년물이 새롭게 등장한 것도 이때다. 5년물은 도입되자마자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당시 기재부는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총 1151억원어치의 청약이 몰렸다. 지난달에도 700억원 모집에 1149억원이 모였다.

덕분에 기재부는 이달 5년물 개인투자용 국채를 800억원 발행하기로 했다. 처음보다 200억원 증액된 규모다. 반대로 10년물은 처음과 현재의 발행 규모를 비교해보면 10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줄었다. 20년물은 같은 기간 10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단점이 명확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에서 나는 수익은 만기 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만기 전에 타인에게 채권을 팔아 챙기는 시세 차익으로 나뉜다.

하지만 기재부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후자, 즉 시세 차익을 추구할 수 없게 막아뒀다. 개인의 노후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는데, 이 특징이 장기물 개인투자용 국채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장기물을 사면 10년 또는 20년간 꼼짝 없이 자산이 묶이기 때문이다. 만기 전에 환매를 신청할 수 있긴 하나, 가입하고 1년 후에나 가능하다.

장기물의 청약 부진은 정부로선 골치 아픈 문제다. 기재부는 10년물과 20년물에서 미달이 나면 해당 물량의 만기를 5년으로 줄여 발행한다. 10년물이나 20년물로 한 번 발행하면 될 걸 만기를 5년으로 단축하면서 미래에 국채를 추가 발행할 부담이 키우는 것이다. 향후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로 올라가면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난다.

기획재정부 전경/기획재정부

기재부가 장기물 개인투자용 국채의 활발한 투자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판매처 다양화다. 현재는 미래에셋증권이 단독으로 개인투자용 국채를 판매 중이다.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에 따른 수익보다는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크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용 국채 계좌는 최근 1년간 약 13만1000개 개설됐다.

두 번째는 금리를 높이는 안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표면금리뿐만 아니라 가산금리에 연복리 적용 이자까지 얹어주는데, 이 금리를 올려 투자 매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기재부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처음 발행하면서 10년물의 가산금리는 0.15%, 20년물은 0.30%라고 발표한 바 있다. 표면금리를 고려하면 최종금리는 10년물 3.69%, 20년물 3.725%다.

세 번째는 장기물에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이다. 현재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액 2억원까지 이자소득이 14%로 분리과세 돼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49.5%) 폭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추가 세제 혜택은 기재부 세제실이 유사 상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사안이라 실현될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의견이 많다. 마지막 안으로는 개인이 시세 차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시장 거래를 열어주는 것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캐피털 게인(Capital gain·자본 수익)이 없어 기존 채권 상품들하고는 아예 다르다”며 “기재부가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투자자의 수요를 파악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