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인구 감소를 반영한 고용전망을 만들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늦어도 다음달 중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23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한은이 고용지표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현재의 고용통계가 구조적 인구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인구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취업자 수 통계 외에 시장에서 참고할 지표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수원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기업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 한은 관계자는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취업자 수가 예전처럼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경기가 좋아도 고용이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시장과 정확히 소통하기 위해 구조변화를 반영한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고용지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틀을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참고한 것이 연방준비제도(Fed) 소속 애런슨(Aaronson) 등이 2006년 발표한 논문 ‘최근 경제활동 참여율 하락과 잠재적 노동공급에 대한 함의‘이다.

이 논문에서는 미국 노동통계청(BLS)의 ‘현재 인구 조사(CPS, 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를 토대로 2000년 이후 경제활동 참가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추세를 연령과 시기, 출생세대(cohort)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분석에는 특정 세대가 노동 시장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코호트 기반 참여율 모형(Cohort-Based Participation Model)’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체 경제활동 참여율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동시간 증가율도 둔화했다. 교육 기간 증가로 인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1990년 후반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정체 등도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도 연준과 비슷한 결과를 도출했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경제활동 참여율은 하락하고, 취업자 증가 추세도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결과는 늦어도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도 숫자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과도 맥을 같이 한다. 고용정보원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해 취업자 수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6만명이었던 취업자 증가 폭이 2028년에 3000명으로 줄고, 2029년(-1만4000명)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이후에도 감소 폭은 확대돼 2033년에는 연간 취업자 수가 4만8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연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30대 취업자의 경우 저출산 여파로 절대적인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한 지표가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번 연구도)고용 현실을 보다 잘 보여주는 지표를 만들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용시장을 보면 취업자 수와 실업률 등 객관적인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인구구조와 생산성 저하 등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고용시장 현황을 조금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이에 맞춰 정책 지원도 달라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