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22일 오후 12시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뉴스1

유튜브뮤직 ‘끼워팔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다가 자진 시정안을 제출한 구글에 이어, 유사한 구조의 쿠팡 ‘와우 멤버십’도 공정위 제재 절차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배달, OTT(온라인 영상 플랫폼), 이커머스 서비스를 하나의 요금제로 묶어 영향력을 확대한 구조에 대해 이미 작년에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에 대해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4900원)에 유튜브뮤직을 결합해 판매하면서 음원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는 지적을 받은 구글은 뮤직이 빠진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자진시정안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구글의 상품 구성 방식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쌓은 영향력을 음원 시장으로 이전시켜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끼워팔아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밀어낸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쿠팡도 이커머스 기반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배달앱과 OTT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구조이다 보니 두 사건은 공정위 입장에서 비슷한 사안이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월 7890원)을 통해 쿠팡 배송·반품(이커머스), 쿠팡이츠(배달앱), 쿠팡플레이 시청(OTT)을 한꺼번에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를 쿠팡플레이에 도입해 일반 회원으로까지 이용을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가입자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료 배달, 무료 시청 혜택을 기반으로 쿠팡이츠는 수년 만에 배달앱 2위로 올라섰다. 쿠팡플레이는 티빙과 웨이브를 제치고 넷플릭스 다음인 국내 OTT 시장 2위 자리를 굳혔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이츠 이용자는 지난해 3월 645만명에서 1년 만에 1100만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요기요는 500만명 이상 이용자가 줄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 티빙 등이 경쟁 압박을 받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민은 쿠팡이츠와 유사한 무료 배달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상했고, 이로 인한 음식값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까지 가중됐다.

참여연대도 지난해 6월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며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린 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요금 인상 부담만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기존 사업자 교체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끼워팔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쿠팡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올해 공정위 업무 계획에서도 ‘멤버십 기반 끼워팔기’는 중점 점검 과제로 명시돼 있다. 특히 지난 12일 출범한 배달앱 전담 TF가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혐의뿐 아니라 와우 멤버십 구조도 분석 대상에 포함하며 쿠팡이 ‘이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TF는 서비스업감시과장(팀장)과 사건처리팀 및 경제분석 인력으로 구성돼 배달앱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분석 중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쿠팡에 심사보고서 발송을 준비 중인데다 유튜브가 동의의결을 신청한 만큼 쿠팡도 동의의결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버티던 쿠팡이 언제, 어떤 시점에 제안서를 낼지가 남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