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한국전력의 자동 계측 시스템을 활용해 주간 단위 전력 통계 개발에 나섰다. 다양한 경제·사회 요인이 전력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매주 전력량 변화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광역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전력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는 주간 단위 전력 통계를 개발 중이다. 통계청은 용도별, 산업별로 세분화된 전력 사용량 통계를 작성해 올해 말 ‘실험적 통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실험적 통계는 통계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만들어보는 통계다. 검증 과정을 거쳐 국가 승인 통계로 발전 시키기도 한다.

지난 2017년 11월 여수산단의 야경./ 조선DB

현재 전력 통계는 한국전력이 작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 승인 통계인 ‘한국전력통계’가 있다. 해당 자료는 연간 단위로, 주로 발전사나 발전 설비 중심으로 집계한다. 한전은 전력통계월보도 매월 발표하고 있지만, 발표에 한 달 정도 시차가 있다.

통계청은 주간 단위 전력 통계가 도입되면 여타 통계보다 빠르게 전력량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별 변화도 파악해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경기 부침이나 경기 활성화 정도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실물 경기의 선행 지표이자,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거나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전력 사용량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전력 사용량은 소상공인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쓸 수 있다.

통계청은 또 폭염, 열대야, 한파, 폭설 등 단기적인 기상 변화에 따른 전력 사용량 변화를 한눈에 파악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서 공개하는 주간단위 가맹점 카드매출액.

다만 통계 정보는 실제 전력량이 아닌, 가공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통계청은 기준 시점 대비 전력량의 증감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공개할 방침이다. ▲직전 주 ▲4주 전 ▲52주 전 ▲특정 시점 대비 등 네 가지 기준에 따른 전력량 증감을 제공할 계획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전의 통계를 받아 가공해 제공할 예정이며, 다른 주간 통계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전과 긴밀히 협력중”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시의성 높은 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실험적 통계’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실험적 통계는 새로운 데이터 유형이나 작성 방식을 적용해 만든 통계로, 작성 후에는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통계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일정 기간 ‘실험적 통계’로 인정받아 공표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수년간 검증 절차를 거치면 국가승인통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은 현재까지 20종의 실험적 통계를 발표 중이며, 효용성이 낮을 경우 개편을 진행한다. 올해는 실험적 통계였던 ‘통신 모바일 근로자 이동 행태’ 통계 발표를 중단하고, 대상과 분석을 확대한 ‘사회적 관심 계층 생활 특성’ 통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통계는 통신 데이터와 신용카드 자료 등을 분석해 한부모 가정, 유아 가구, 노인, 청년 1인 가구 등 다양한 계층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자의 이동 행태는 매년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와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돼 작성을 중단했다”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이동·소비 등을 분석해 정책 지원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