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올해 ‘0%대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질적 내수 침체에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그리고 미국발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4월 말 평균 0.8%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평균 1.4%에서 불과 한 달 새 0.6%포인트(p)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지난 한 달간 모든 IB가 일제히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구체적으로 ▲바클리 1.4→0.9%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5→0.8% ▲씨티 1.2→0.6% ▲골드만삭스 1.5→0.7% ▲JP모건 0.9→0.5% ▲HSBC 1.4→0.7% ▲노무라 1.5→1.0% ▲UBS 1.9→1.0% 등이다.

내년도 녹록지 않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내년 우리 성장률 전망치는 3월 말 평균 1.8%에서 4월 말 평균 1.6%로 0.2%p 떨어졌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1.8%)를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바클리(1.8→1.4%) ▲BOA(2.0→1.3%) ▲씨티(1.6→1.3%) ▲JP모건(2.0→1.9%) ▲HSBC(1.9→1.4%) 등 절반이 넘는 IB들이 전망치를 낮췄다.

국내외 여러 기관으로 시야를 넓히더라도 성장 전망 하향이 뚜렷하다. 블룸버그가 이달 2일 집계한 수치를 보면, 42개 국내외 기관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31%다. 지난달 10일 조사 결과(1.41%)보다 0.1%p 낮아졌다. 전체 국내외 기관 중 28곳이 한은(1.5%)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한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성장률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5월 초 연휴에 소비가 얼마나 늘었을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