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로 출발했다.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상 소식에 대만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5.3원 내린 1380.0원에 출발하면서 비상계엄 직전인 작년 12월 2일(1396.0원) 이후 처음 1400원을 밑돌았다. 개장가 기준으로는 작년 11월 6일(1374.0원) 이후 가장 낮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이 급락한 것은 미국과 대만의 무역협상 과정에 미국 측의 절상 압박이 있었다는 루머가 퍼진 영향이다. 지난 2일과 5일 2영업일 동안 대만달러 가치는 9% 급등하면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만 중앙은행이 미국의 절상 압박을 공식 부인한 이후에도 대만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대만통화 강세는 대만 보험사들의 환헤지 수요 증가로 이어져 대만달러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인 원화가치를 끌어올렸다. 대만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한 자국통화를 대신해 원화를 사용해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환율이 핵심 의제로 포함된 만큼, 협상이 진전되면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압력이 약화돼 원화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환율이 13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환율이 핵심 의제로 포함된 만큼 추가 환율 하락 베팅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휴간 아시아 통화 강세에 원화 롱(long·매수)심리가 강화되면서 3~4월 지지부진했던 환율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환율이 134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