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6일 오후 5시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등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불공정 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대규모 서면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특히 계약 전·중·후 단계에서의 가격 인상, 해지 방해, 기만적 유인 등 전방위 소비자 이슈를 정밀 조사해 정책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독경제와 소비자이슈’를 주제로 한 정책보고서를 연말까지 발간할 예정이다.공정위는 5~6월 중 국내외 주요 구독 서비스 기업 40곳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으로 OTT, 음악, 배달, 유통, 세탁, 의류,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다. OTT 분야에서는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음악 분야는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이 꼽힌다. 유통 분야는 쿠팡(와우 멤버십), 마켓컬리(컬리멤버스) 등 대형 온라인 커머스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요기요 패스, 배달의민족 배민패스 등 배달앱 구독 상품뿐만 아니라 세탁 구독 서비스인 런드리고,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 의류 렌탈 구독 서비스인 클로젯셰어 등 생활밀착형 구독 서비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처럼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구독경제 서비스의 유형과 운영 방식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점검 항목은 ▲계약 전 유인 방식 ▲구독 중 가격 인상 및 정보 제공 방식 ▲계약 해지 절차 등이다. 특히 ‘무료 체험 후 자동 유료 전환’이나 ‘복잡한 해지 유도’ 등은 전자상거래법상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규제의 핵심 점검 대상이다.
지난 2월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온라인 정기 구독 서비스의 무료 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할 경우 소비자의 ‘명시적 동의’를 반드시 다시 받아야 한다. 최초 계약 체결 당시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재차 ‘동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으면 유료 전환이 불가능하다. 단순한 결제 예정 고지나 이메일 안내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동일한 원칙은 구독 갱신 시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를 피해가는 다크패턴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대표적인 예는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디자인 구조, 탈퇴 시 손실되는 혜택을 부각해 감정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 등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기만적 사용자화면(UI) 설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혜택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오르는, 이른바 ‘구독플레이션’도 점검 대상이다. 실제 다수 플랫폼이 혜택 변경 없이 구독료를 인상하며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다수 플랫폼의 구독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해 제재에 나선 바 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남은 기간 환불 없이 월말까지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운영됐고,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이라는 판단에 따라 심사보고서가 발송됐다. 공정위는 또한 가격 인상 과정에서 소비자 동의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인상 동의로 간주하는 UI를 다크패턴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제재는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마켓컬리의 컬리멤버스 등에도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현장조사 후 심사보고서를 발송했고, 이어 넷플릭스·웨이브·왓챠 등 OTT 업체와 스포티파이·벅스 등 음원 플랫폼에 대한 제재에도 착수했다.
이번 정책보고서는 개별 기업 제재를 넘어 구독경제 전반에서의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진단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 정기 결제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복잡한 조건과 해지 방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구독 계약 전 유인되는 과정부터 중도 가격 인상, 해지 절차까지 전 주기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구독 경제 시장을 심층 분석해 정책보고서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