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경제 관료로 활동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행정에는 잔뼈가 굵었지만, 정치권에선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정무직인 국무총리를 두 차례나 지낸 만큼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고 할 순 없지만, 정치권에 ‘한덕수 라인’이라고 부를 만한 기반 세력이 부재하다는 건 한 대행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한 대행이 캠프를 꾸리면 캠프 핵심 역할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현재 정치권에서 ‘친한덕수파’라고 부를 만한 그룹으론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해 온 국민의힘 중진 그룹과 범호남계 개헌파 등이 꼽힌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으나 대선엔 불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힘을 보탤 지도 관심사다.
◇ 오세훈·원희룡 역할론 주목… 무소속 후보 지원 제한된단 지적도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행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손영택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은 최근 오세훈 시장 측과 원희룡 전 장관 측을 만나 캠프 합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총리실에서 손발을 맞춰온 손 전 실장은 한 대행의 복심으로 통한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작심하는 과정에서 손 전 실장이 상당히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관가엔 퍼져 있다.
손 전 실장이 캠프 합류를 타진한 오 시장과 원 장관은 현재 캠프 합류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진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측은 한 대행 캠프 합류 여부는 미정이지만 캠프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이 캠프 본부로 사용할 여의도 빌딩 사무실도 당초 오 시장이 캠프용으로 쓰려다가 나경원 전 후보를 거쳐, 한 대행이 사용하게 됐다.
원 전 장관의 캠프 합류 여부도 주목된다. 주변에선 원 전 장관이 캠프에 들어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아직까지 원 전 장관은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공식석상에서 한 대행에 대한 평가나 캠프 합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국민의힘 중진들의 한덕수 캠프 합류 가능성도 관심사다.
다만 원 전 장관과 오 시장은 물론 당 중진들도 당적을 유지한 채 한덕수 캠프에 합류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한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해당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특히 현역 의원은 당규상 소속이 다른 후보의 캠프 합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힘에 기반을 둔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기보단 물밑에서 한 대행의 대선 준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과 김문수 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당 후보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주요 인사들이 한덕수 캠프에 합류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원샷 경선을 통해 범보수 단일 후보로 한덕수 대행이 낙점되면, 선거대책위원회에 당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힘 내 친한덕수파로 윤상현·성일종·권성동·박수영
현재 국민의힘 중진 의원 그룹에선 성일종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혼돈의 질서를 마감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에 한 대행이 적임자”라며 사실상 지지선언을 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8일 한 대행을 직접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범보수 단일화 국민희망 추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범보수 단일 후보를 만들겠다. 체제 수호 전쟁에서 이기겠다”며 본인도 역할을 할 것임을 암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한 대행의 출마와 단일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행의 출마와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더 큰 집’을 짓기 위한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을 통해 좀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더 큰 집을 지으면, 그것이 결국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한덕수 차출론’ 선봉장이었던 박수영 의원도 ‘범한덕수파’로 분류된다. 현재 김문수 캠프의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향후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낙점되면, 한 대행 측과 범보수 후보 단일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로 정치인 중에선 호남계로 4선을 지낸 정대철 헌정회장이 한 대행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행에게) 대통령이라는 게 운이 따라야 하는데 당신에게 운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한 대행에 대해서도 “필요한 능력이 있는 사람. 시운에 맞는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호평했다.
호남계 정치인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한덕수 캠프 합류 가능성이 큰 인사로 거론된다. 정대철 회장은 이와 관련 “바깥에서 빅텐트를 친다면 자기(이낙연 고문)도 흔쾌히 돕겠다고 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단 한덕수 대행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일단 캠프 운영은 국무총리 비서실 중심으로
현역 정치인들이 한덕수 캠프에 빠르게 합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 캠프 운영은 국무총리비서실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손 전 실장과 함께 김수혜 공보실장, 박경은 정무실장, 김철휘 소통메시지 비서관, 신정인 시민사회비서관 등의 캠프 합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출신인 손 전 실장은 직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소통실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을 지냈다.
김수혜 공보실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20년 이상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메시지 관리와 언론 대응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은 정무실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과 20년 넘게 일한 인물로, 캠프에서 국민의힘 측과 소통 채널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