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규제 대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방산·가상자산·해운업 중심의 기업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계열사 수는 6년 만에 줄어들었고, 자산총액은 증가하면서 재계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1일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92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01개)을 ‘2025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전년보다 4곳 늘어났고, 계열사 수는 전년보다 17개 줄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 규제를 받게 된다.
◇ 두나무 17계단 올라서… 보험업에서는 ‘찬바람’
자산 기준 5조원을 넘긴 기업 LIG, 대광, 사조, 빗썸, 유코카캐리어스 등 5곳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들은 방위산업, 주택건설·임대업, 식품 유통, 가상자산 거래, 해운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업황 호조 및 자산 증가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사조는 푸디스트, 사조씨피케이 등 7개 식품 유통·제조사를 인수한 것이 자산 증가의 주요 배경이다.
해운과 방산, 가상자산 등은 공통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급성장한 업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동 지역 운임 상승과 환율 급등, 글로벌 군비 증강,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가 이들 기업의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자산이 11조6000억원 이상인 46개 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두나무(15조9000억원)는 지난해보다 자산이 6조4000억원 늘어 재계 순위 17계단을 뛰어올라 공시집단에서 상출집단으로 상향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21조5000억원)도 재계 순위가 22계단 상승해 상출집단에 포함됐다.
두나무의 상출집단 진입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거래량 급증에 따른 고객 예치금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온시스템 등 3개 회사를 인수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전년 대비 자산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교보생명보험(13조2000억원→11조1000억원), 태영(12조3000억원→9조8000억원), 에코프로(11조2000억원→9조4000억원)는 자산이 줄어 상출집단에서 공시집단으로 하향됐다. 이 중 보험업체들은 금융감독원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영향으로 자산이 줄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자산도 6조7100억원에서 5조5600억원으로 줄었고, 순위는 68위에서 81위로 밀려났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관련 계열사 주가 하락 여파를 받았다.
◇ 쿠팡·두나무, 올해도 ‘법인 동일인’ 유지
올해도 쿠팡과 두나무는 ‘법인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쿠팡과 두나무가 동일인 예외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해 동일인 지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쿠팡과 두나무는 각각 김범석 쿠팡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그룹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졌지만, 공정위는 이들 개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했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은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동일인이 되는 회사 출자는 제외) 및 그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자연인 및 그 친족의 채무보증·자금 대차가 없을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