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해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를 낸 항공사에는 앞으로 1년간 운수권이 배분되지 않는다. 전국 공항에서는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의 위험 구조물이 철거되고,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첨단 장비도 도입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항공사 운항 관리·정비 체계부터 공항 인프라 개선, 정부 감독 역량 강화에 이르기까지 항공 안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내놨다.

우선 활주로 앞뒤로 설치된 방위각시설 중 콘크리트 구조물 등 위험성이 있는 둔덕형 시설은 철거하고, 평지에 가벼운 철골로 재설치하기로 했다. 국제기준에 따라 각 공항의 활주로 끝에는 240m 이상의 종단 안전 구역도 확보한다. 부지 확장이 어려운 울산·사천 등에는 항공기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활주로 이탈 방지장치(EMAS)를 설치한다.

또 항공기와 조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무안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를 민간 공항 최초로 시범 도입하고, 인공지능 기반 조류 분석·기피 드론도 개발해 단계적으로 전국 공항에 배치한다. 공항별 조류 충돌 대응 인력은 현재 2명에서 4명으로 확대되며, 무안공항은 12명까지 충원된다.

항공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항공사 안전성과 정비 수준을 평가하는 ‘항공 안전 성과지표’가 신설된다. 성과가 낮은 사업자는 집중 점검 대상이 된다. 시정되지 않을 경우 신규 노선 허가 제한도 검토된다. 안전에 투자한 기업에는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히 사망사고를 낸 항공사에는 1년간 운수권이 제한된다.

정비와 관련해선 B737·A320F 등 사고가 잦은 기종부터 정비 시간 기준을 최대 28%까지 연장하고, 비행 전·후 점검도 강화된다. 정기 노선을 주 5회 이상 운항하는 외국 공항에는 현지 정비 인력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숙련 정비사’의 기준도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상향된다.

항공사 면허 기준도 엄격해진다. 현재 50억~150억원인 납입 자본금 기준을 높이고, 안전 투자 관련 공시 제도도 손본다. 우수 항공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조종사와 승무원의 비상 대응 역량 강화도 대책에 포함됐다. 조종사 근무시간 산정 기준에 시간대·이착륙 횟수를 반영해 피로도를 정확히 관리하고, 객실 승무원은 ‘객실 안전 승무원’으로 호칭을 바꾸고 교육훈련을 확대한다.

국토부의 안전 감독 시스템도 손본다. 항공사의 안전 운항 체계를 평가하는 운항증명(AOC)은 항공기 보유대수가 20·40·80대를 넘을 때마다 재평가를 받도록 바뀐다. 현재 30명인 항공 안전 감독관도 올해 40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항공안전청 설립’ 등 별도 전담 조직 신설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내부 인력 충원과 교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항·항공사 특별안전점검 등 안전 감독을 면밀히 추진하고, 향후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추가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