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국민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국민소득(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줄었다.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4년 2분기(-0.2%)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은 2022년 4분기(-0.5%) 이후 가장 크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1.3%)에 깜짝 성장한 이후 2분기(-0.2%), 3분기(0.1%), 4분기(0.1%), 올해 1분기(-0.2%)까지 계속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분기별 GDP가 4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 자료에서 1분기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1분기 성장률(0.2%)을 큰 폭 하향 조정한 것이었다.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대형 산불,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요인이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의 하방압력이 모두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1분기 GDP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내수를 구성하는 한 축인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오락문화, 의료 등)의 부진으로 0.1% 감소하면서 작년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감소 전환됐다. 민간소비는 작년 2분기 이후 3분기(0.5%)와 4분기(0.2%) 잇따라 증가하면서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를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1.7%) 이후 3분기 만에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반만에 가장 크다.
작년 4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도 감소했다. 1분기 수출은 화학제품과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1.1% 줄었다. 작년 4분기 성장률 0.8%에서 큰 폭으로 감소 전환됐다. 전 분기에 0.1% 증가했던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감소 폭은 수출과 수입 모두 2022년 4분기(각각 -4.1%, -2.5%) 이후 가장 크다.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내수가 -0.6%포인트(p), 순수출이 +0.3%p 기록했다. 내수 항목별로 보면 모든 부문이 부진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0.0%p를 기록했고, 건설투자(-0.4%p)와 설비투자(-0.2%p)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순수출은 수출 감소에도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플러스를 유지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전 분기 성장률 0.7%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감소 폭은 실질 GDP 성장률 0.2%의 두 배다. 국내총소득이란 국가 내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의 합이다. 모든 임금과 이익, 세금의 합계에서 정부보조금을 빼 구한다.
한편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0.1%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0년 4분기(-0.5%) 이후 17개분기 만이다. 전년 동기 대비 GDI 성장률은 -0.1%로, 2023년 1분기(-1.4%)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금통위 직후 “올해 국내 성장률은 글로벌 무역협상 진전 추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규모와 시기, 경제심리의 회복 속도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면서 “향후 미국과 여타국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성장률 전망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