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작년 7월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에서 발생한 미정산 사태가 배달대행, 숙박예약서비스 등 다른 업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21일 발간한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급결제보고서는 지급결제시스템별 결제 동향과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감시 업무 수행 내용 등을 담은 연례 보고서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작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티메프 사태는 작년 7월,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판매자에게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양사는 자금사정이 악화된 2023년 10월 정산주기를 각각 ‘월말 기준 40일 후’, ‘월말 기준 2개월+7일 후’로 변경해 대금 지급을 늦췄는데, 불과 9개월 만에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당초 티메프는 전산상 오류 등을 이유로 지급을 늦췄는데, 결국 정산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1차 PG사와 간편지급사 등이 티메프와의 거래 관계를 일시 중단했고,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과 자율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총 4만8000개 업체가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

업종별 피해 규모를 보면 디지털·가전 부문이 전체의 29.0%로 가장 컸고, 상품권(25.2%)과 식품(1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디지털·가전은 ▲판매단위당 매출규모가 크고 ▲실적이 좋은 판매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다른 상품군에 비해 선정산 대출을 받기 쉬워 상품권과 함께 집중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이번 사태는 지급결제시스템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소비자에 대한 결제취소 및 환불 과정에 1차 PG사와 카드사, 간편지급사 등이 피해를 입으면서 피해가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빅테크 등장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티메프 사태가 다른 업종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티메프가 판매대금 정산주기 장기화를 통해 내부에 상당 기간 자금을 묶어둔 것은 일종의 자금조달(무이자 차입) 행태로 볼 수 있는데, 배달대행·숙박예약서비스 등 여타 업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자금 유용 가능성과 지급 능력에 대한 점검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은도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전자금융업자 및 PG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활용해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