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마감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다. 다만 원화와 동조성이 높은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하락 폭은 제한됐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종가(1456.4원)보다 6.5원 내린 1449.9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원 내린 1454.0원에 개장했다. 이후 1457.2원으로 오르면서 상승 전환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오전 10시 27분에는 1446.8원까지 내려갔다. 오후에는 1450원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 백악관은 중국산 수입 관세가 펜타닐 관련 관세 20%에 상호관세 125%가 추가돼 총 145%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5월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오는 800달러 이하의 소액 소포에 대해서 12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관세 강도를 높였다.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물가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밑돈 것도 영향을 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6%)를 밑돌았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여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후 4시 10분 기준 100.07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에는 99선까지 하락하면서 2023년 7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엔(달러 당 엔) 환율은 143엔대로 내려갔고 유로·달러(유로 당 달러)는 1.1327달러대로 올랐다.
반면 달러 대비 위안화는 약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32위안대로 전날(7.31위안대)보다 올랐다. 2007년 12월 이후 17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던 9일(7.35위안대)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3월 CPI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상향 조정됐고, 관세전쟁 수위 고조가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원화 강세에 필요한 대외요건이 준비됐다”고 평가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심 해외 투자자금이 일부 국내로 유입될 경우 하락 압력으로 소화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장중 중국 당국의 고시환율, 이에 따른 위안화 흐름에 주목하며 방향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