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식당가 모습. /연합

정부가 넉 달 연속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에 주목하면서 “지난달보다 하방 압력이 더 증가했다”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표한 ‘4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로 경제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경제 진단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달라졌다. 당시 정부는 ‘경기 회복’ 진단을 ‘경기 하방 위험 증가 우려’로 수정했다. 올해 1월부터는 4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달 초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등 정치·외교적 상황을 경기 진단에 반영했다. 지난달 그린북에 있었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표현은 이달 들어 삭제됐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는 주요국 관세부과에 따른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문구를 조정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국내 정치 일정과 향후 절차, 미국 관세 부과 등을 반영해 문구를 조정했다”며 “대내보다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이 90일 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여전히 10% 관세, 철강·자동차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대외 여건은 악화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달 그린북에서 수출 증가세 둔화에 대한 언급도 삭제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하고, 일평균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5.5% 늘었다.

정부는 향후 소비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봤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전월 대비 1.8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이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100 이하일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조 과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는 소비심리에 긍정적이지만, 트럼프 관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소비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상·하방이 다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3월 유가증권 시장의 주가지수는 전월 대비 2.04% 하락했고, 코스닥 시장은 9.56%나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미·중 관세 전쟁 심화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84.1원을 기록했다가, 현재는 1450원대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다만, 고용과 물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3000명 증가하면서, 1~2월 취업자 수 증가폭(각 13만명대)을 웃돌았다. 3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한편, 정부는 미국 관세부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지원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추진하는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일자리, 건설,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 경제 회복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