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내려왔다.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1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1484.10원)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을 기록했다. 환율 종가가 145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9일(1453.4원) 이후 약 3주 만이다.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38.1원 내린 1446.0원에 출발했다. 이후 1462.4원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전반적으로 1457~1459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 9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장대비 1857.06포인트(12.16%) 상승한 1만7124.97에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도 각각 7%, 8% 넘게 상승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증시가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6.6%(151.36포인트) 오른 2445.06에, 코스닥은 5.97%(38.4포인트) 상승한 681.79에 장을 마쳤다. 장초반에는 두 지수 모두 5% 이상 급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나란히 발동되기도 했다.

9거래일 연속 국내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도 순매수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주식 2144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코스닥에서는 5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후 4시 3분 기준 102.75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전(고점 103.33)보다 소폭 하락했다.

다만 환율의 향후 방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많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높은 환율 지속이 일단락되면서 수출업체의 추격 매도 물량도 유입돼 환율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도 “10% 보편관세가 유효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됐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도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와 동조성이 높은 위안화 약세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환율의 급락은 되돌림 차원이지 추세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상황 속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 원화도 재차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