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30원 넘게 급락했던 환율이 다시 1460원대로 급등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계기로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27.9원 오른 1462원에 출발했다. 환율 시가가 1460원을 넘긴 것은 지난 3일(1471원) 이후 2거래일 만이다. 이후 환율은 상승 폭을 키우면서 오전 9시 31분 기준 1471.3원까지 올랐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조선DB

지난 4일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32.9원 내린 1434.1원을 기록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이었다. 장중에는 1430.9원까지 하락하며 1420원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가 심화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희토류 7종 수출통제 ▲미국·인도산 CT용 X선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 등의 추가 제재도 감행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우며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1% 하락한 2359.25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낙폭이 커지면서 9시 12분에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5분간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 200 선물가격이 하락(5% 이상·1분 이상)한 영향이다.

달러가치는 다시 상승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전 9시 35분 현재 102.78을 기록하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 3일에는 101.27까지 내렸는데, 미국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2거래일 만에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미·중 양국 모두에 수출 의존도가 높고, 4월은 계절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있어 달러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면서 “환율 상승 재료가 더욱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관세전쟁 우려가 심화되면서 이날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자금 순매도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원화 약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7.69원으로 오르면서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이후 단계적으로 상승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