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 칩(SoC)만 쓰도록 요구한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에 착수했다. 브로드컴은 과거 행위를 중단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 상생을 위한 13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방안을 제시했다.
7일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오는 5월 7일까지 관계 부처 및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 시스템반도체(SoC)만 탑재하도록 요구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봤고, 브로드컴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제도는 기업이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이번 잠정 시정방안에서 자사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거래처가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는 이유로 기존 계약을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거래량의 과반을 자신들과 계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격 할인이나 기술 지원 등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브로드컴은 해당 조치들이 실효성을 갖도록 자율준수제도(CP)를 도입하고, 공정위에 2031년까지 매년 이행 여부를 보고할 예정이다.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도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시정방안과 함께 국내 반도체 생태계 지원을 위한 상생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운영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 ▲중소기업 홍보 지원 등이 포함됐다. 브로드컴은 이러한 상생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총 130억원 규모의 기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된 이후, 제시된 시정방안과 접수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