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감소하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증가 전환됐다. 시중은행들이 분기 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려 한국은행에 달러를 예치했기 때문이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한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영향을 줬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 대비 4억5000만달러 증가한 409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작년 12월(+2억1000만달러·4156억달러)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은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원인으로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증가한 것을 꼽았다. 분기 말에는 시중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외화를 예치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한은이 보유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중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약 3% 하락했다.

다만 147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의 외환스와프 거래가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 증가 폭이 제한됐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를 맺고 있어 국민연금이 이를 사용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감소한다.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거래는 외환당국이 국민연금 측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달러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 및 정부 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615억3000만달러로 전월(3573억8000만달러)보다 41억5000만달러 늘었다. 예치금은 38억4000만달러 줄어든 24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SDR(특별인출권)은 전월보다 1억4000만달러 늘어난 14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IMF포지션과 금은 각각 전월과 같은 41억9000만달러, 47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주요국과의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월 말 기준 4092억달러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3억2272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1억2533억달러), 스위스(9238억달러), 인도(6387억달러), 러시아(6324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