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용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자본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국은행이 주장했다. 금융기관이 자본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정책대출을 포함해 신용공급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한국은행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신용 집중: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신용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49.7%를 차지했다. 부동산 신용이란 금융기관이 부동산 부문에 공급한 신용액으로, 가계 부동산대출(주택관련대출+비주택부동산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의 합계로 산정된다.
부동산 신용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2013년 말 대비 2.3배 확대됐다. 특히 2015~2016년과 2020~2021년 중 증가세가 가팔랐으며, 2022년 이후 다소 둔화됐지만 다른 부문과 비교해 상당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문의 부동산 신용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은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비은행은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부동산으로의 신용 쏠림이 자본 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업은 자본생산성이 낮아 신용이 집중될수록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둔화되며, 이로 인해 전체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deleveraging)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신용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민간소비와 투자를 제약한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대출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여타 자산 대비 장기수익률이 높은 데다가 기업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들에게는 좋은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한은은 “금융기관 신용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원활한 자금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부동산 신용의 증가세를 적정 수준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 취급유인이 억제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보완하고 생산적 기업대출 취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포함해 신용공급 전반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