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시행을 예고한 4월 2일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산 감자 수입 확대 요구가 다시 통상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농식품부는 한국산 고구마의 대미 수출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부처 내 농식품 분야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농식품부는 공식적으로 “미국 측의 직접적인 요구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통상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은 “이번에도 농축산물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통상 압박 품목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산 감자다. 감자는 10년 전부터 미국 측이 수입 확대를 요청해 온 민감 품목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산 감자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 중 아이다호·워싱턴·오리건 등 북서부 3개 주가 전체 수입 물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미국은 여기에 내륙 지역 11개 주를 추가해 총 33개 주 감자의 한국 수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감자 전체 생산량의 약 90%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최근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해 7년 만에 ‘적합’ 판정을 내린 것도 감자 수입 확대의 환경이 마련된 신호로 해석된다. LMO 감자 수입이 현실화하면 전체 수입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농식품부는 미국 측 요구에 대응할 카드로 한국산 고구마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2025년 수출 검역 협상 중점 추진 품목’에 고구마를 포함했고, 수출 협상 대상 국가로 미국을 명시했다.
겉으로는 고구마 수출 확대를 위한 자체 전략이지만, 통상 협상에서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구마는 미국 내 한인 수요가 높은 품목”이라며 “미국에서는 단맛이 강한 고구마가 흔하지 않아, 한국산 고구마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소고기, 사과, 배 등도 미국 농업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품목이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해서는 30개월령 미만에만 수입을 허용하는 한국의 현행 검역 규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생산자협회(NCBA)는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30개월령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축산 농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광우병 등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며 “한우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관련 요구는 없었다”면서도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일류에 대한 검역 이슈도 거론된다. 미국산 사과와 배는 국내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수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3년부터 사과의 한국 수출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까지 3단계(예비 위험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 같은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가 함께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이 상호관세 압박의 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농축산물은 자국의 대표 수출 산업이자, 통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압박 수단”이라며 “과거 사례를 봐도 농축산물이 통상전선의 맨 앞에 놓였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