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대회의실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국장·과장이 회의실에 들어와 직접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는 ‘국별 점검’ 방식의 업무점검회의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는 국장들만 모여 발표만 듣고 끝나던 기존 간부회의와 달리, 과제의 진행 상황과 애로사항을 세밀히 점검받는 구조입니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매달 두 차례 열리던 간부회의 중 한 번을 업무점검회의로 바꿨습니다.

회의는 한기정 공정위원장, 조홍선 부위원장, 유성욱 사무처장, 안병훈 심판관리관이 주재합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회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업무점검회의는 단순한 회의 형식 변경을 넘어, 연초에 수립한 업무계획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국과장 단위로 정밀 점검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보고서나 성과가 집중되는 관행을 개선하고, 연중 정책 추진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신설됐습니다.

회의는 일정 조율과 정책 집행 속도 관리라는 실질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제별 진행 상황에는 ‘지연’, ‘미흡’ 등의 평가가 담당 과장 이름 옆에 직접 표기되기 때문에,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 실적 보고를 넘어 “왜 지금 이 과제가 중요한지”, “예산을 확보하려면 어떤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지” 등 추진 과정의 맥락까지 위·아래가 공유되는 구조입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회의 체계 개편을 통해 조직 전체의 속도감이 올라갔다는 자평도 나옵니다. 특히 최근 공정위가 사회적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 역시 이 회의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의 해외 순환출자 의혹 조사 착수,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갑질’ 의혹 관련 대한약사회 현장조사, MBK·홈플러스·롯데카드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 조사 착수 등은 현안 제기 직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사례들입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의 판단에 개입하는 회의는 아니지만, 부서별 업무 흐름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조기에 인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실무 책임자들은 “사건 처리나 일정 차질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통상 절차나 실무상 어려움을 위에서 함께 고민해 준다는 신뢰감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회의가 구성원 사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공통된 반응입니다. 단순히 결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과제의 의미나 정책적 우선순위를 실무자 스스로 되새기게 된다는 점에서 내부 동기 부여 효과도 크다는 평가입니다. ‘올해 더 뛰자’는 연초 조직 분위기를 회의 구조로 뒷받침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정치 일정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 같은 리듬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나 탄핵 정국 등 정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별 리더십 공백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공정위 출신 인사는 “위원장이 새로 임기를 시작한 상황이라면 성과 점검의 동력이 이어지겠지만, 교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황이라면 회의 자체의 무게감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무의 리듬을 지켜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공정위가 조직 내 ‘국별 점검’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연초부터 정책 추진의 속도와 균형을 동시에 챙기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합니다.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에 ‘디테일 행정’이 동력을 잃지 않고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