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사용후 배터리를 팩 또는 모듈 단위에서 파쇄해 만든 '리튬배터리 플레이크(LiB Flake)'. /영풍 제공

정부가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한다. 사용후 배터리를 유통하거나 다시 사용하는 사업자에 대한 등록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배터리 사용 목적에 따른 안전관리 기준이나 배터리 이력관리 체계 구축 방안도 마련된다. 업계에서는 그간 법적 규정이 전무했던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이르면 4월 발의할 예정이다. 대표 발의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양한 관계부처와 논의를 하다 보니 목표보다 법안 마련이 늦어졌다. 박 의원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 소관 기준을 하나의 법안에 넣어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며 “또 중한 행위, 약한 행위 등 법을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법안 마련이 조금 더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2일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배터리 업계에서 2023년 말 정부에 낸 건의안을 토대로 만든 법안이다. 박 의원 안은 이 초안을 토대로 정부 협의를 거친 개선점을 담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법안의 핵심은 ‘사용후 배터리를 다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용후 배터리를 전기차 등 배터리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배터리 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외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배터리 재사용’, 사용후 배터리에서 리튬·코발트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것을 ‘배터리 재활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법안이 마련되면 정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배터리 잔존수명(SOH) 등 기준에 따른 사용 규정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잔존수명이 70% 이상이면 재제조·재사용·재활용, 50% 이상이면 재사용·재활용, 40% 이상이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특정 수치 기준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사용후 배터리와 관련한 규정이 전무한 만큼, 법안에는 제도 기반을 다지는 내용도 담긴다. 사업자 등록 제도, 안전관리 체계, 통합이력관리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도 등을 마련한다.

사업자 등록 제도는 사용후 배터리를 취급하는 사업자들을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사용후 배터리를 판매·중개·알선하는 ‘유통사업자’, 사용후 배터리를 다시 사용하고자 하는 ‘활용사업자’로 구분한다.

송 의원 안은 여기에 전기차로부터 사용후 배터리를 분리한 후 배터리의 원소유자로부터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취득사업자’ 규정도 포함했지만, 정부안에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또한 송 의원 안은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사업자 모두 포괄한 하나의 활용사업자 등록 기준만 마련한 반면, 정부안은 각각 사용 목적에 따른 사업자 기준을 세분화한다.

안전관리 체계는 ▲사용후 배터리의 탈거 전 성능평가 ▲유통 전 안전검사 ▲사후 정기검사 등을 규정한다. 정부안과 송 의원 안이 대부분 같지만, 정부안은 재제조·재사용 제품을 구분해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한다.

이외에 사용후 배터리를 전 주기에 걸쳐 추적하는 정보 시스템인 ‘통합이력관리시스템’, 배터리에서 추출한 유가금속(재생원료) 생산·사용에 대한 인증제도 등에서 정부안과 송 의원 안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 기반이 새롭게 마련되면, 사용후 배터리 시장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환경연구원(KEI), 환경부 등은 전기차 생산 증가로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이 올해 8321개에서 2030년 10만7500개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안이 발의되면, 여야는 산중위에서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의 내용이 크게 차이가 없는 만큼, 법이 신속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형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안을 다 준비한 상태”라며 “발의 이후 산중의 전체회의에 안건이 상정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