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중국 양국이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수혜자라며 한중·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등 경제 통합을 통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무차별적인 통상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일본에 손을 내밀어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중국 상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상무장관회의에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수혜자이자 수호자”라며 “지역 및 다자 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일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추진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 수호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하고, 한중 산업·공급망 협력 핫라인과 수출 통제 대화 등의 대화체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 간 경제·통상 관계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한은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통상 협력 파트너로서 반도체 등 분야에서 산업·공급망이 깊이 통합돼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속에서 주요한 반도체 산업 협력 파트너국인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왕 부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자유무역 질서 지키기’를 위한 경제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 및 다자무역 규칙을 수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해 자유무역 촉진을 위한 한중일 3국의 공동보조를 촉구했다.
왕리핑 중국 상무부 아주사장(국장)도 한중일 3국 장관 회의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등 많은 요인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한중일 3국은 자유무역과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지속 추진해 세계 경제 번영과 발전에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