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컨테이너 부두. /뉴스1

반도체 등 첨단기업이 보세공장에서 시제품을 보다 신속하게 반출·반입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된다. 기존에는 자율관리 보세공장으로 지정된 기업이 기업부설연구소로 반출할 때만 외부 공정의 사전 허가 절차를 자체 기록·관리로 대체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연구개발(R&D) 전담부서로 반출할 때도 동일한 혜택이 적용된다. 수출 기업의 신속한 제조·가공을 지원해, 관세전쟁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정부는 동일한 기업이 가진 여러 보세공장이 서로 30km 내에 있을 경우, 단일보세공장과 동일한 특혜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나의 보세공장으로 인정받으면 여러 보세공장에서도 보세운송이나 반출입신고 등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고 신속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19일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첨단·핵심산업 수출 지원을 위한 보세가공제도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조선·디스플레이·바이오 등 첨단·핵심산업에서 보세가공제도를 활용해 수출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 금액의 90%에 달한다. 보세가공제도는 외국에서 반입한 원재료를 가공한 후 다시 수출할 경우,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보세공장은 수입 외국 원재료를 과세 보류 상태에서 사용하고 수출해 무관세를 적용받는 특허보세구역이다. ‘자율관리 보세공장’으로 지정된 우수기업은 보세공장의 연구·시험용 물품 등 외부 공정(아웃소싱) 사전 허가절차 등을 자체 기록·관리로 갈음할 수 있다. 이러한 간소화 절차는 기업부설연구소로 반출할 경우에 적용된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시제품 반출입 간소화 적용 대상을 R&D 전담부서로 확대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조공정 투입 전 시험·연구와 신제품 개발 효율성을 향상하고, 불량 제품 등에 대한 신속한 원인 규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자유무역지역(FTZ) 내 부두에 있는 조선·항공·플랜트 장비·원자재의 보관 기한을 폐지한다. FTZ는 정부가 산업단지나 공항, 항만, 유통단지 등의 제조·물류기업 유치를 지원하고자 지정한 지역을 말한다.

FTZ에서는 외국물품을 제한 없이 보관할 수 있었느나 부산항·인천항·인천공항 등 일부 FTZ에서는 신속한 물류처리를 위해 3개월까지만 물품 보관이 가능했다. 보관기한이 폐지되면 부피나 중량이 큰 물품의 장기 보관이 필요한 조선·항공기 수리 등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관세청은 전했다.

동일 기업이 보유한 2개 이상의 보세공장을 하나로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일보세공장’의 거리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여러 보세공장이 하나의 보세공장으로 간주되면 보세운송, 반출입신고 등 없이도 자유롭고 신속한 물류 이동이 가능하다. 현행 제도는 직선 15km 내에 있는 보세공장들을 하나의 공장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를 30km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장외작업으로 생산한 물품과 잉여물품을 장외작업장에 장치한 상태로 수출입 신고를 할 경우, 장외작업장 관할세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검사대상 물품으로 선별되면, 원보세공장으로 물품을 반입했다가 장외작업장으로 복귀하는 불필요한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율관리 보세공장 지정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까지는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가 보세사를 채용하고, 세관에 업무처리시스템 열람권한을 제공해야 지정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보안 문제로 세에 업무처리시스템 열람권한을 제공할 수 없는 방산 기업이 자율관리 보세공장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앞으로 보안문제로 열람권한을 제공하기 어려운 방산 기업도 열람 보장 확약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해 세관장의 인정을 받으면 자율관리 보세공장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보세가공 후 버려지는 포장재, 용기, 잔존 원료 등 잔존물품에 대한 관리·관세 방식을 간소화한다. 실질적 가치가 있는 잔존물품은 내·외국을 구분해 관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구분 없이 통합관리가 가능해진다. 설계 손모량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