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10일 오후 5시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AI 데이터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메타·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지난해 AI 산업 전반을 조망한 데 이어, 올해는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反)경쟁적 요소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AI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데이터 독점이나 접근 제한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지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10월 AI 데이터 시장 관련 정책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수집·활용·축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요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가 기업 간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만큼, 데이터 접근 제한이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AI 데이터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의 핵심 요소로, 컴퓨팅 인프라·전문 인력과 함께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 자원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하거나, 경쟁사의 데이터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간한 ‘생성형 AI와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AI 실태조사에서 일부 기업이 데이터 거래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이유로 ‘데이터 소유자가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보거나, 잠재적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우려했기 때문’이 꼽혔다. 공정위는 이 같은 데이터 접근 차단이 AI 생태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 제한 행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경쟁당국(CMA)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 접근·사용 권한을 제공하면서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거래를 통한 수익화가 확대되면서 향후 데이터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수익화 전략이 AI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AI 데이터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요소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2019년 독일 경쟁당국은 페이스북이 서비스 이용 약관을 근거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한 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고 시정 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와 유사한 데이터 활용 방식이 AI 기업들 사이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데이터 독점이 AI 서비스 가격 인상과 혁신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따져볼 예정이다.
보고서 발간 이후 공정위가 실제 조사를 개시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네이버·카카오·쿠팡뿐만 아니라, 구글·애플·메타 등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데이터 활용 방식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조사 대상이 될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과 이용자 간 데이터 수집과 기업 간 데이터 거래 관행 등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