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7일 오전 11시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3법’에 규정된 과징금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개정을 검토한다. 유통3법은 유통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과징금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모법인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때보다 과징금이 작게 산정되는 문제가 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만간 유통 관련 법간 과징금 부과 체계의 정합성 확보 등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대리점법 간 과징금 부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공정거래법에서 파생된 특별법인 이들 ‘유통3법’은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우선 가맹사업법은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로 두고 있다. 유통3법 중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점이 공정거래법과 유사하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 대금’(또는 관련 임대료)을, 대리점법은 ‘법 위반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3개 법 모두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정액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특별법으로 규제할 때 과징금이 ‘과소’ 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대규모유통업법이나 대리점법에서 과징금을 매기기 위한 납품 대금이나 법 위반 금액을 뚜렷하게 측정할 수 없는 경우, 정액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관련 매출액만 있으면 2%를 부과할 수 있는데, 특별법을 통해 정액 과징금밖에 부과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과소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하도급법·대리점법의 과징금 부과 기준 금액 변수와 상한 비교.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최근 유통3법 과징금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대리점법·대규모유통업법에 ‘경영간섭행위’를 금지 행위로 추가하면서 법 집행에 혼란이 가중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에는 경영간섭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그간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 규정을 적용해 왔다.

2021년 쿠팡이 자사몰의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에서의 판매가 인상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 등을 적용해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는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제재가 이뤄졌으니 관련 매출액이 과징금 기준 금액이 됐는데, 현재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대규모유통업법의 관련 납품 대금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매겨져야 한다. 참고로 이 사건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공정위가 패소해 공정위의 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공정위는 같은 행위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때보다 유통법에서 과징금이 적게 매겨질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유통업법이라는 특별법에 이를 규정한 것은 대규모 유통업자의 경영 간섭 행위를 엄하게 규율하기 위함이었는데, 되레 약한 제재가 이뤄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법은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과징금이 더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마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법령·고시 등 개정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2020년에도 가맹사업법과 대규모유통업법에 한정해 과징금 부과 체계 개선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연구를 수행한 성신여대 연구산학협력단은 대규모유통업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을 납품 대금이 아닌 ‘법 위반 금액’으로 바꾸고, 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 정액 과징금 상한을 현행보다 다소 상향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진 않았다.

협력단은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관련 납품 대금 혹은 관련 임대료의 특정이 곤란해 정액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지나치게 많아 법 위반 사업자들 간 부과 과징금 액수에 큰 편차가 발생한다”며 해당 대안을 제시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