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무역위원회를 확대 개편한다. 현재 ‘4과 43명’인 조직 규모가 ‘6과 59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덤핑조사와 불공정무역판정 기능을 지원하는 2개 과를 신설함으로써 국내 기업에 대한 무역구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오전 차관 회의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무역위원회 확대 개편안’을 상정했다. 무역위원회는 한국의 무역구제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부 산하기관이다. 반덤핑,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월 ’2025년 업무 보고’에서 저가 수입산이 국내에 대거 유입될 것에 대비해 무역위원회를 전면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큰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는 정부 조직 편성 권한이 있는 행정안전부와 지난달부터 무역위원회 개편 규모를 본격적으로 논의했고, 최근 개편안을 도출했다.
현재 무역위원회는 무역구제정책과 12명, 산업피해조사과 10명, 덤핑조사과 8명, 불공정무역조사과 8명과 상임위원실 소속 2명, 무역조사실 소속 총괄 국장 1명과 비서 1명, 자문관 1명 등 4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는 ‘덤핑조사지원과’와 ‘불공정무역판정지원과’를 무역위원회 내에 신설할 계획이다. 덤핑조사지원과는 덤핑 여부를 조사해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는 덤핑조사과의 기능을 뒷받침한다. 불공정무역판정지원과는 지적재산권 침해 및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불공정무역조사과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품목의 국내유입,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지난해 10건으로 2014년(10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2월 말까지 2건을 접수했다. 국가별로 보면 1987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신청된 총 210건 가운데 중국(108건) 관련이 가장 많았다. 제품별로는 화학(69건), 종이·목재(39건), 제철·금속(34건) 등 순이었다. 중국산 밀어내기 수출이 주로 이뤄지는 품목에서 반덤핑 조사 신청이 많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고,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확산되면 불공정 무역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위원회를 선제적으로 개편해 무역 전쟁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개의 신설 과에 새로 투입될 인원은 16명으로 잠정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차관 회의에서 논의된 개편안은 추후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되며, 정부는 이후 직제 개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