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과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를 온실효과가 낮은 물질로 대체하도록 하는 규제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을 전망치(6120만t)대비 2000만t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환경부는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HFCs)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수소불화탄소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s)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의 대체 물질로 개발된 합성물질이다.
냉동·냉장용 냉매에 주로 쓰인다. 건축용 단열재의 발포제와 소화설비 소화약제에도 사용된다.
수소불화탄소는 온실효과가 높아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의 138배에서 1만2400배에 달한다. 지구온난화지수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수소불화탄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최대 1만2400배 더 유발한다는 뜻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수소불화탄소 감축 일정을 규정한 ‘키갈리개정서’를 2016년 채택했다. 한국도 이 일정에 맞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축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을 전망치(6120만t) 대비 2000만t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은 2940만t으로,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35년 배출량은 612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수소불화탄소를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물질로 전환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선 전환 정책을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전환 정책이 미비해 현장에서 관성적으로 사용하던 물질을 계속 사용 중이다.
이에 환경부는 에어컨, 냉장고, 냉동기 등을 제작할 경우 현재 사용하는 수소불화탄소 냉매보다 온실효과가 적거나 없는 물질을 사용하도록 제품군별 물질 전환 계획을 마련했다.
가정용 냉장고 냉매에는 현재 지구온난화지수가 1300인 수소불화탄소(R-134a)가 사용되는데, 2027년부터는 지구온난화지수가 150 미만인 물질을 사용하도록 했다. 가정용 냉장고의 경우 이미 제조업체에서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선 전환 대상으로 정했다.
건조기·제습기·의류관리기는 2028년부터, 정수기는 2029년부터, 자판기 및 쇼케이스·콘덴싱유닛·냉장설비는 2030년부터 수소불화탄소를 지구온난화지수가 150 미만인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
정수기의 경우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대체 물질이 존재하지만 상용화돼있진 않아 일정 기간 유예 후 2029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체 물질 개발이 필요한 산업용 냉장과 이동식 냉장 등은 기술개발 기간을 고려해 2028~2032년부터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냉매 물질의 주기 관리 체계도 보완한다. 냉매 물질과 사용량 관리를 위해 2027년부터 냉매 사용기기 제조 업체와 유지관리 업체 등은 반기에 한번씩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
재생 냉매 사용도 확대한다. 수명을 다한 설비에 들어있는 폐냉매를 단순 폐기 처분하는 대신, 오염물질을 제거한 재생냉매로 다시 만들어 신규 냉매를 대체하는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현장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재정 지원과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냉매 물질이 온실효과가 낮은 물질로 질서있게 전환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