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사후 관리 미흡’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중점 협력국 주한대사관이 모니터링하는 ODA 사업을 최대 2배까지 늘려 ‘현장 중심 운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40여 개에 달하는 사업 집행 기관도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축소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3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년 2월 ‘ODA 발전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초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ODA 혁신 로드맵’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간 ODA 정책에 대해 제기돼 온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무조정실과 외교부는 초안을 작성하고, 세부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ODA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뜻한다. ‘상환 의무’에 따라 유상·무상원조로 나뉘는데,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무상원조는 외교부가 주관한다. 다만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만이 집행하는 유상원조와 달리 무상원조는 집행 기관이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40여 개 기관으로 나눠져 있다.

무상원조의 집행기관이 여러 개로 나뉜 것은 지난 2009년 11월 국제사회 원조 활동을 주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할 당시, 정부가 여러 집행 기관의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을 전부 ODA로 포함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심사 적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ODA 규모를 키워야 했다”고 전했다.

발전방안 초안은 ‘현장 중심 운영’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발굴부터 집행 점검, 사후 관리까지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려는 게 발전방안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중 사후 관리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수원국 현지 주한대사관의 모니터링 강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가 양자 무상원조을 제공하는 수원국은 약 94개국이다. 그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가나,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 27개국은 중점 협력국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각 중점 협력국에서 3~4개 사업에 대해 현지 모니터링을 해왔다. 발전방안에는 이를 최대 7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다. ODA 사업 수가 적은 다른 수원국에서도 모니터링 확대를 주문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글로벌 중추 국가’를 기치로 내걸고 ODA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2022년 약 3조9000억원이었던 ODA 예산은 올해 약 6조3000억원으로 61.5% 증가했다. 정부는 내년 ODA 예산 요구액을 사상 최대인 약 6조8000억원으로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도 ODA 사업에 대한 ‘관리 미흡’ 문제는 수차례 제기돼 왔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최근 5년간 정부의 ODA 정보화 사업을 살펴본 결과, 예비조사·사후관리 미흡, 부적절한 성과지표 설정 등으로 사업 19개 중 17개 성과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사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행기관에 사업비를 교부한 탓에, 108억원 규모의 기자재가 한국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ODA 사업이 수십 개의 부처와 기관으로 쪼개져 추진되는 탓에 사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진된 1억원 이하의 ‘초소규모’ ODA 사업은 총 402건으로, 총액은 24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ODA 사업은 대부분 ‘초청연수’ 같은 인적교류 프로그램이 많다”라며 “집행 기관이 세분화된 만큼, 여러 개도국에서 각각 현지 사무소를 둘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다수가 원조 주체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추세와 대조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발전방안을 통해 ODA 무상원조 집행 기관을 줄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ODA 집행 기관을 41개로 올해(46개)보다 소폭 줄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집행 기관을 줄이겠지만, 수원국에서 직접 특정 정부 부처에 ODA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 각 정부 부처가 가진 전문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일원화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말 발표할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30년)에 발전방안을 반영할 방침이다.